
11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수성리. 마을을 끼고 왼쪽으로 뻗은 왕복 2차선 도로에 트랙터 등 농기계들과 트럭들이 즐비했다.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저마다 머리에 '수성사격장 완전 폐쇄'란 문구가 쓰인 띠를 둘렀다.
멀리에서 화물을 가득 실은 군용트럭이 나타나자 주민들은 갑자기 분주해졌다. 주민들이 길을 가로질러 늘어서자 군용트럭을 몰던 군인들은 잠시 비상등을 켜고 멈추더니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5분여 동안 그렇게 서 있던 군용트럭은 결국 큰 도로를 벗어나 마을 옆으로 난 좁은 농로로 머리를 돌렸다. 군용트럭은 차 한 대가 겨우 통과할 너비의 농로를 위태롭게 지나 겨우 사격장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전날 들어갔다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대형 트럭 및 전차 등이 늘어서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헬기사격이 있으려면 각종 군수물자 운송차량이 들어가고, 이미 훈련을 마친 전차들이 빠져 나와야 가능하다"면서 "헬기사격을 원천봉쇄할 수 있도록 큰 출입구를 24시간 지키고 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일로 예정된 주한 미군 아파치헬기 포격훈련을 앞두고 포항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이 사격장 출입로를 막아서며 군과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농사 짓는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소규모 농로 등은 비워뒀지만, 이곳을 통해서는 1t트럭 정도 크기의 차량만 겨우 통과할 수 있다. 10일에는 수성사격장에서 훈련을 끝낸 자주포부대가 빠져나오지 못해 애를 태우다가 주민들을 설득한 끝에 겨우 전차를 제외한 나머지 군 인력 및 장비만 밤 늦게 빠져 나왔다.
주민들은 훈련 당일인 16일까지 24시간 교대로 수성사격장의 주출입로를 봉쇄해 훈련 시도 자체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조현측 수성사격장반대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주민들의 울분이 이렇게 터져나오는데도 국방부 장관은 현장에 내려오지도 않고, 진정성 있는 대화에조차 나서지 않는다"며 "맨몸으로라도 훈련을 꼭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연합에 관한 문제인 만큼 예정된 훈련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며 "지상출입로를 막아도 훈련은 가능하지만 안전 확보를 위해 주민들을 계속 설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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