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인간은 위대하다."
한때 태조왕건, 주몽, 대조영, 정도전, 허준, 대장금 등 위대한 역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극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대업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위기와 굴욕을 겪었고 이를 밑거름 삼아 큰 인물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굴욕에 맞선 역사 속 16인
역사에 이름난 이들의 삶의 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굴욕과 극복의 연속이다. 가혹한 시대가 강요한 것이든, 태생적인 신분의 한계에 갇힌 것이든, 악당의 간악한 술수에 빠진 것이든 굴욕적인 일을 겪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를 대하는 태도다. 어떤 이는 평생 굴욕에 발을 걸려 넘어진 채 일어서지 못하지만, 어떤 이는 굴욕의 순간을 디딤돌 삼아 도약한다.
동양사학과를 전공한 인문학자 공원국, 콘텐츠 개발자 박찬철이 펴낸 신간 '굴욕을 대하는 태도: 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는 대조영부터 홍범도까지, 역사 속 16인의 삶 속에서 굴욕을 대하는 여덟 가지 태도를 발굴해 소개한다.
책은 굴욕을 대하는 태도로 '과감함'(1장) '불굴'(2장) '긍정'(3장) '인내'(4장) '신뢰'(5장) '인정'(6장) '애민'(7장) '확신'(8장)을 제시해 이를 주제로 각 장을 구성했다. 각 장에서는 이러한 태도로 굴욕을 극복한 역사 속 인물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각 인물 사례가 시작되는 첫 페이지에 해당 인물에 대한 짧은 소개와 해당 인물을 상징하는 잠언을 실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대조영, 홍범도, 정도전 등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인물뿐만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노인, 황종희 등의 인물도 등장하는데, 이는 책에 등장하는 인물을 시대적, 공간적으로 다양하게 구성한다는 목적으로 인물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위기 없는 시대, 굴욕 없는 삶은 없다. 이 책은 굴욕이 삶을 찾아왔을 때 어떤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그 순간을 견디고, 또 헤쳐나갈지 역사 속 16인에게 묻는다. 그들은 큰 파도가 덮칠 때마다 마음 속 희망을 잃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줄기차게 전진하라고 우리에게 답한다.
◆위기와 굴욕, 어떤 태도로 대할 것인가
굴욕을 대하는 첫 번째 태도는 바로 '과감함'이다. 발해와 서요를 건국한 대조영과 야율대석이 바로 그러했다. 그들은 당나라와 금나라의 공격에 나라를 잃었지만 새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해 과감한 판단으로 굴욕을 뛰어넘었다.
'불굴'의 의지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굴욕에 마음이 꺾이면 무기력해져 어떠한 판단도 내리지 못한다. 나라도, 부모도, 재산도 모두 잃은 순간 다시 붓을 들어 '명이대방록'을 쓴 황종희와 중년의 아편쟁이에서 혁명의 거두로 거듭난 주더는 굴욕 앞에 강한 의지를 불태운 인물이다.
'긍정'적인 태도로 낙관하는 사람은 굴욕을 즐길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갔다가 탈출, 명나라를 거쳐 고향으로 돌아온 노인과 일제강점기 무력투쟁에 앞장서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를 승리로 이끈 홍범도가 대표적이다.
수십 년을 기다린 끝에 주군을 도와 적국을 멸망시킨 춘추시대의 명재상 범려와 병자호란의 위급한 순간에 전체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고 강화를 주장한 최명길은 '인내'의 아이콘이다.
진나라 문공과 후한 광무제는 굴욕을 겪으면서도 내 고통보다 모두의 대의를 먼저 생각했다. 또한 받은 은혜는 절대 잊지 않고 훗날 반드시 보상했다. 이로써 많은 사람의 '신뢰'를 얻어 뜻을 펼칠 수 있었다.
'인정'을 좇고 '애민'의 정신을 강조한 이들은 모두 역사에 이름을 올렸다. 두보와 이달은 백성의 비루한 삶을 시로 아름답게 승화해, 평생 고통스럽기만 했던 자신들의 삶의 경지도 한층 높였다. 어떤 일에도 사람 목숨을 최우선으로 여긴 이장곤과 가족을 죽인 이들에게 복수하는 대신 참된 정치의 도를 깨우쳐주고자 한 이익도 마찬가지다.
낮은 신분에서 출발해 조선의 초석을 다진 정도전과 글도 못 읽는 나무꾼이지만 선종의 기틀을 닦은 혜능은 스스로를 믿음으로써 역사를 바꿨다. '확신'을 갖고 굴욕을 기회로 삼아 나 자신을 격려하고 더 사랑하는 것, 그것이 굴욕을 대하는 태도의 핵심이다.
저자들은 "영웅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각 개인의 인생 여정에도 성공과 실패, 좌절과 극복, 굴욕과 당당함이 교차한다"며 "누구에게나 굴욕없는 삶은 없다. 꿈과 욕망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어떻게 굴욕에 대처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역사를 읽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312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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