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리서치가 11월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야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24.7%의 지지율로 이낙연, 이재명 등 두 여권 후보들에 앞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정작 본인은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했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윤 총장이 높은 지지를 받게 된 것은 단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이 크다. 추 장관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통해 윤 총장의 수족을 잘라내 고립시켰고,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감찰권 등 예외적으로만 행사되어야 할 권한을 수시로 행사하여 검찰총장을 무력화시켰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윤 총장을 비난했고 그것도 모자라 수시로 윤석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했다. 급기야 국정감사에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윤 총장이 쌈짓돈 쓰듯 하면서 자신이 임명한 이성윤의 중앙지검에는 보내지도 않았다고 했다가 오히려 법무부와 청와대, 국정원의 특활비를 조사하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것이 추 장관 개인의 판단일까. 검찰총장 지명 시 여권은 윤 총장을 검찰 개혁의 최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정확한 판단이었으나 그들은 윤 총장이 사람이나 정권에 충성하지 않는 진짜 검사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들은 항상 옳다는 도그마에 빠져 자신들만 선이고 정의이며, 윤 총장도 한편이라고 믿었다고 해야 옳다.
윤 총장은 살아 있는 권력이든 죽은 권력이든, 고위층이든 서민이든 상관없이 법은 공평해야 하며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것이 검사의 의무라고 믿는다. 그런 그가 적폐 청산 수사에 나선 것은 정책의 시시비비를 따진 결과가 아니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불법 의혹 때문이지 한편이어서가 아니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20억원이 청와대에 전달된 것도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에 수사 후 기소한 것이지 문재인 정부가 요구해서 그리 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여권은 윤 총장이 적폐 청산의 도구로서 자신들이 기대한 바를 충실히 이행해 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윤 총장이 지방선거 당시 울산에서 대통령 친구인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 과정에서의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도, 조국 전 법무장관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 의혹도 마찬가지다. 불법행위의 수사와 기소는 검사의 신성한 의무이며 개인의 친소 관계나 정권과의 관계에 좌우될 수 없다는 윤 총장이 자신은 항상 정당하다는 여권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그를 정치적 거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를 묻는 질의에 대해 국민과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고민하겠다고 대답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그가 정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신임 부장검사와 차장검사들에 대한 훈시에서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이야기하면서 공정한 검찰, 국민의 검찰, 검찰의 주인은 국민,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한 것을 두고는 윤 총장이 전국 유세를 하며 정치 행보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월성 1호기 관련 압수수색은 법원이 영장을 발부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서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 수사하면 현 정권에 치명적 타격이라도 입을 것을 염려한 것인가. 검찰이 만일 수사를 멈춘다면 그것이야말로 스스로 정권의 충견임을 자백하는 일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칭찬받을 일이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역대 어느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에 이처럼 칼을 들이대고 수사한 적이 있는가. 현직 검찰총장인 윤 총장이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지만 이는 청와대와 여당이 만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이 보수 우파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수록 그를 보수 우파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유권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이다. 대검과 대전지검 앞에 늘어나는 화환의 수처럼 말이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외친다. 댕큐 추미애, 댕큐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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