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고 보고 싶은 엄마...
올해는 가을 단풍이 유난히도 예쁘게 물들었네요. 엄마는 노란 은행잎을 무척 좋아하셨지요.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볼 때마다 엄마가 보고 싶어져요. 요즘은 모든 것이 풍부하고 다 갖추어 놓고 사는 시대지만 내 곁에 계시지 않는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은 채워지지 않네요.
엄마! 저도 어느새 친정엄마가 되어 딸이 낳은 딸을 돌보고 있어요. 엄마가 그러셨죠. 제가 첫딸 혜선이를 낳아서 엄마 집에서 몸조리 할 때 "딸이 딸을 낳아왔네" 하시면서 제 산후바라지를 지극정성으로 해 주셨죠. 그때는 엄마의 마음을 잘 몰랐어요. 그냥 당연한 줄 알았어요. 정말 철이 없었던 것이죠. 그런 제가 벌써 엄마가 되어 엄마가 제게 하셨던 그 일을 딸에게 하고 있답니다.
하와이에서 혜선이가 지윤이를 낳았을 때 제가 갔었거든요. 엄마가 "딸이 딸을 낳아서 왔네" 하던 그 딸이 벌써 시집가서 애 셋의 엄마가 되었답니다. 저도 엄마가 제게 하셨던 것처럼 딸이 딸을 낳았다고 하면서 혜선이 산후바라지를 했어요. 커다란 국그릇에 미역국을 하루에 다섯 번, 여섯 번을 먹이고 아기 목욕시키고 또 미역국 한 찜통 끓이고, 이 모든 일을 다 엄마한테 받은 사랑이 있어서 저도 혜선이한테 해 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엄마 작년 7월에 혜선이네 식구 5명이 미국에서 왔었어요. 손주 셋을 보니 너무 반갑고 예뻤어요. 그런데 둘째 셋째를 1년만 봐 달라는 거예요. 7월 말에 애 셋을 남겨두고 저들 부부는 돌아갔어요. 아이고, 그때부터 장난이 아니었어요. 날씨는 덥죠, 갑자기 세 명이 설쳐대니 정말 정신이 없더라고요. 다행히 집 가까운 패밀리 공원 안에 무료수영장이 있어서, 거기서 입술이 새파래지도록 놀고 오면, 간식 먹이고 밥해 먹이고. 저녁에 올망졸망 쌕쌕 자는 거 보면, 힘들다기보다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더 크더라고요.
근데 마음이 참으로 희한하더라고요. 딸도 이쁘고 손자 손녀도 이쁜데, 아이들을 돌보면서 그 바쁜 와중에도 가슴이 아리도록 엄마 생각이 나고 보고 싶었어요.
그때는 몰랐었는데, 엄마도 내게 이런 마음으로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식들에게 하염없이 주고 또 퍼주어도 더 못 해줘서 마음 아픈 엄마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자식들에게 도움만 될 수 있다면 만사를 제쳐두고 나서주시는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봤어요. 내가 친정엄마 계실 때 아이들을 낳고 키운 것이 말할 수 없이 크나큰 복이었구나. 나도 딸의 산후바라지를 하고 있네. 딸에게 있어서 친정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할 때가 산후조리할 때인데 그때까지는 건강하게 살아서 그 일을 해 줘야겠다고 말이에요. 그런데 다행히도 건강하게 살아서 이 일을 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어요. 근영이가 남아 있지만, 근영이도 장가가서 아이를 낳으면 내 손길이 필요할까...?
생각해 봤어요. 만약 필요하다면 그 애들도 돌봐 주어야지 않겠나? 애들이 내 손길이 필요할 때까지는 살아 줘야지 하고요. 내 엄마는 내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할 때 한 번도 마다하지 않고 챙겨 주셨듯이, 그때는 엄마가 그렇게 소중한 줄 모르고 당연한 줄 알았는데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당연한 게 아니었어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큰 복이었어요.
엄마 저도 환갑이 지났지만, 엄마를 생각할 때는 꼭 딸을 낳고 누워 조리하던 그때 그 시간이 떠올라요. 요즘 산후조리는 한 달이 공식이지만 엄마 시절 그때는 한 칠하면 최고 잘하는 거고 한 칠도 못 채우고 털고 나왔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엄마는 외할머니께서 일찍 돌아가셔서 서러우셨던 이야기 등등,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저는 엄마가 오래도록 살아 주셔서 서럽지 않았어요. 엄마 고맙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께 편지를 써 보고 싶었어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요. 엄마~~~~
엄마의 사랑하는 딸 자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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