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가을낭만과 예술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

가을이면 누구나 한번쯤 '낭만'을 떠올린다. 그래서 노래하거나, 시를 쓰거나, 가을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 이유는 뭘까. 사람들은 가을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낭만에 빠진다. 어쩌면 가을 풍경은 보고 듣고 감각하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시인으로 음악가로 또 화가로 느끼게 한다. 가을빛이 그린 색색의 풍경들, 그 가득 찬 듯 쓸쓸한 느낌이 주는 감성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낭만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나 심리, 또는 그런 분위기'라고 한다. 낭만, 낭만, 낭만…. 반복해서 읊조리니 아득하고 멀게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엄혹한 시기에 가을낭만으로 예술을 품는다.

새해가 되면 지난해 보다 더 나은 한해를 만들어 보겠다고 야심차게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우고 나면 마음만은 반이라도 이룬 듯 뿌듯한 출발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뿌듯했던 계획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 초유의 사태도 일 년이 다 되어 가니 체질화되어 간다. 마스크착용과 거리두기가 일상의 풍경이다. 이 삶이 누군가에게는 힘겹고 또 다른 경우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삶의 여백이기도 할 것이다.

가을빛과 초겨울의 공기가 교차하는 시간이다. 이 변화의 문턱에서 매해 세웠던 계획에 많은 변화도 생겼다. 그렇기에 낭만에 상상력을 더해 변화된 삶을 창조적인 에너지로 바꾸어 가야 한다. 가을낭만과 예술은 불안 심리를 넘어서는 창조적 활동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낭만주의예술은 상상력을 통해 독창력을 발휘했다. 그것은 보이는 세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 인간의 내면에 깃든 감정을 끌어내는 시도였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장 카수(Jean Cassou)는 낭만을 하나의 예술적 정신으로 평가했다. 역사적 전환기에 인간은 스스로 의식을 변화시켰고 자신의 힘을 믿기 시작하면서 자아를 발견하고 공동체의 운명을 하나로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취향과 감성과 창조적인 변화가 가능했음을 피력했다. 이 새로운 인간의 탄생은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바로 현대인의 탄생이었다. 현대인의 예술은 이때부터 자신의 목소리로 자기만의 예술을 하는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바로 낭만정신에서 나온 낭만주의 예술이었다.

낭만은 잠재된 감성적 가치를 발견하는 힘이다. 그것은 선입견을 벗고 자유인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감각의 혁명,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었다. 비록 코로나로 자유롭지 못한 삶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 우리의 참모습은 인간이 가진 고유의 잠재력인 상상력과 열정으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스스로 주인이 되는 것이다.

가을낭만은 고정된 삶의 시선을 벗어나 내적인 열정을 느끼고 보고 생각하면서 무한한 동경으로 그 알 수 없는 감성을 들여다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 삶의 여백에 하나의 관점이 아니라 다양한 시각으로 타인을 보고 감각하는 것, 나와 타인의 참모습을 그려가는 것, 모두의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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