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생 참여로 거듭나는 대구 근대골목

일러스트 공모전 개최, 동도초1 이예지 학생 대상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으로 근대골목 알리기

대구 중구의 근대골목은 대구의 역사와 문화 이야기를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이다. 6·25 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적어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오래 된 건물과 옛 관청 등이 눈에 띈다. '2012년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되면서 전국에 이름이 제법 알려졌다.

근대골목은 추억을 되새기는 곳이자 시대를 더듬는 곳이다. 희끗한 머리칼의 어른들에겐 옛 기억을 떠올리는 길이고, 학생들에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다.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가 대구시, 대구시교육청, 대구 중구청과 손을 잡고 탐방 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다.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탐방 행사를 줄이는 대신 '찾아가는 해설사', '일러스트 공모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초교 1학년생이 대상, 근대골목 일러스트 공모전

대상을 받게 된 이예지 학생이 근대골목에 들렀던 모습. 이 사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제공
'근대골목 일러스트 공모전'에서 대상작으로 결정된 동도초등학교 1학년 이예지 학생의 작품.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제공

중구청이 주최하고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가 운영한 '근대골목 일러스트 공모전'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7일까지 작품을 공모, 심사를 거쳐 학생부와 일반부 각 7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대상은 동도초등학교 1학년인 이예지 학생에게 돌아갔다.

학생부 최우수작인 덕성초등학교 6학년 신현경 학생 작품.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제공
대상을 받게 된 이예지 학생이 근대골목에 들렀던 모습. 이 사진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제공

이번 작품의 공모 주제는 근대골목의 사계절 풍경, 근대골목 상징 캐릭터. 학생부에서 46점, 일반부에선 53점이 응모했다. 이 가운데 1차 심사를 거쳐 학생부 29점, 일반부 20점을 대상으로 본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단은 작품의 완성도 외에도 근대골목을 홍보하고 이곳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적합한 작품, 창의성과 활용성을 갖추고 있는 작품에 초점을 맞춰 순위를 정했다. 공모 주제에 잘 맞지 않는 작품 등은 1차 심사에서 걸렀다.

최종 심사 과정에서 다른 공모전에도 출품한 것으로 확인된 작품은 제외, 수상작을 가렸다. 학생부에서 최우수상은 덕성초등학교 6학년 신현경 학생이 받게 됐다. 정화여고 1학년 배유빈, 공산초교 2학년 박세연 학생은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예지 학생은 "엄마와 근대골목에 소풍 가서 스탬프 찍기 놀이를 하면서 즐겁게 다녔다. 독립운동도 좀 알게 됐다"며 "그때 찍은 사진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그렸다. 상을 받는다니 신난다"고 했다.

일반부에선 대상작이 없었다. 최우수상은 김성혜, 조정민 씨가 받게 됐고 우수상은 김은화, 김철원 씨의 몫이 됐다. 신선혜, 신현자, 안수현 씨는 장려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대구 월암중학교의
학생부 최우수작인 덕성초등학교 6학년 신현경 학생 작품.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제공

전반적으로 학생 눈높이에 맞는 소재를 잘 발굴했다는 게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건배 계명대 산업디자인과 교수의 총평. 표현 기법이 자유롭고 독창적인 작품도 눈에 띈다고 했다. 일반부 경우엔 수채화 등 순수미술의 특징을 잘 살린 작품, 일러스트 공모전 취지에 잘 맞게 컨셉트를 잡은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남겼다.

박 교수는 "이예지 학생 경우 자기 모습을 찍은 사진으로 구도를 잡고 그걸 그림으로 옮기는 아이디어가 재미있다. 경험을 잘 우려냈고 즐기면서 그림을 그렸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면서 "어린이답게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표현이 돋보인다. 우리 대학에 들어오라고 해 제자로 키우고 싶을 정도"라고 웃으며 심사 소감을 밝혔다.

◆'근대골목을 소개합니다',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

대구 월암중학교의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 운영 모습. 학생들이 골목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계산성당 모형을 만들고 있다.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 제공

9일 대구시 달서구 월암중학교(교장 노성현) 한 교실.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 골목 문화해설사인 송윤희 씨가 학생들에게 근대골목 관련 영상들을 보여 주며 설명을 보탰다. 3D프린터로 제작한 '계산성당 만들기 체험키트'를 활용해 계산성당 모형을 만들어 보는 시간도 가졌다.

송 해설사는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고 영상을 보여주면서 설명했지만 생생함을 느끼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계산성당 모형을 만들면서 아쉬움을 달랬다"며 "학생들이 물어본 근대 건축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 알차게 전해줘야겠다"고 했다.

코로나19 탓에 사회 전반이 위축됐다. 학교라고 다르지 않다. 등교가 늦춰지고 온라인 수업이 크게 늘었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됐다. 대구 학생들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의 향기를 느끼게 하는 '도심 골목 역사문화 탐방 프로그램'에도 여파가 미쳤다.

꾸준히 인기를 모았던 RPG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다. 광주 학생을 초청해 서로에 대한 역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화합의 가치를 가르치려던 '달빛 청소년 근대골목 한마당 행사'도 열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발이 묶였다.

그 대신 확대, 운영하는 게 월암중에서 진행한 것과 같은 '찾아가는 해설사' 프로그램. 중학생과 고교1,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학교별, 학급별, 동아리별로 신청하면 골목 문화해설사가 학생들을 찾아가 다양한 근대골목 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12월 중순까지 매일신문교육문화센터(053-251-1798)에서 참가 신청을 받는다.

학생들의 반응도 좋은 편. 월암중 1학년 강현서 학생은 "근대골목에 대해 듣기만 하고 코로나19 탓에 아직 가보진 못했다. 하지만 해설사 선생님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마치 골목을 거니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같은 학년 김나영 학생은 "근대골목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고 계산성당 모형도 만들어 보니 재미있었다"며 "시간을 내 가족, 친구들과 꼭 한번 근대골목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체험활동 기회가 줄어든 학교로서도 이런 활동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월암중 이경숙 교사는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대구라는 이미지가 '고담 대구', '코로나 대구' 등 부정적으로 비춰졌는데 이런 활동이 아이들에게 우리 고장에 대한 애향심과 자긍심을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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