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길이 100m, 한시 500수와 중국 한시 200수 등 700수, 글자수 약 3만자에 한글해석과 삽화까지 새겨넣기 위해 한달 보름여 분투….'
휠체어에 의존하는 1급장애인 서예가 자강 박광해(73·청도읍) 씨가 가로 폭 35㎝, 길이 100m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을 완성하고, 12일 청도천 강변축구장에서 일반에 첫선을 보여 주변의 감탄을 자아냈다.
작품은 축구장 한쪽 라인 시작지점에서 끝까지 이어졌다. 작품을 보러나온 주민들은 우선 작품 규모에 깜짝 놀랐다. 관객들은 "한자 한자 써 내려간 작가의 끈기와 고집에 경의를 표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박 씨의 도전을 축하했다.
이날 박 씨가 선보인 작품은 국내 한시와 중국 당나라 한시를 쓰고, 국역해설과 허전한 공간엔 삽화까지 그려넣은 대형 서예작품이다. 붓을 잡은지 40년 경력인 그가 지난 7월 초순 작업을 시작해 8월 중순에 완성했다.
박 씨는 "초대형 작품을 3년 전부터 구상하다 무덥고 습한 지난 여름 한달 보름여 만에 완성했다"며 "올해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이 때에 바깥 출입도 내왕도 안되던 시기를 기회삼아 '서예라는 시련'에 도전했다"고 작품 배경을 밝혔다.
그는 길이 100m짜리 연속 두루마리용 재료가 국내엔 없어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한 화선지를 구해 작품을 시작했기 때문에 글씨 한자도 실수하면 안되는 고도의 집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엎드려 한자 한자 글씨를 써내려가며 스스로에게 인내해야만 했다고 한다. 하루 12시간씩 밤낮없이 예서와 행서, 해서 등 서체를 달리하며 고군분투했다. 표구 제작도 결국 중국 업체에 맡겨야 했다.
작품은 국내 한시 대가의 작품과 중국 당나라 시인의 작품 등 중복이 되지않게 세심하게 살피고, 한글 번역도 빈틈없이 적혀있다.
그는 "거동조차 힘든 장애인으로 살며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붓글씨로 달래곤 했다. 부족하지만 일반에 공개하게 돼 그간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기뻐했다.


이날 작품전에서 100m짜리 작품을 펼치고 거두는 작업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사람이 2, 3명씩 달라붙어 물레와 비슷한 도구를 이용해 일일이 펴고 접어야 했다.
청도장애인정보화협회 직원이 도우미로 나섰고, 박 씨의 초등학교 동창, 지인들과 주민들이 나와 작품전을 축하하고 일손을 거들었다. 앞으로 한국장애인예술협회와 상의해 대구와 서울 등지 상설전시장에서 선보일 계획으로 작품제작 과정 등 영상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박 씨는 서예와 그림을 독학으로 익혔다고 한다. 그의 수상경력을 보면 한국서도협회 대경서도대전, 한국장애인 미술대전, 새마을서예대전 등에서 3차례 대상을 수상한 서예 중견 초대작가이자 전각작가이다.
중국 해외교류전, 장애인국제서예대전, 전국서예공모전 등에서 수차례 특선에 입상하는 등 수상경력만 15회에 달한다. 청도군 노인회관 서예문인화 동아리 고문도 맡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인장과 서각 작업도 했고, 한문 공부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서예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서예 부문에서 할 것과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서예를 하고 40여 년 세월을 지내놓고 보니 수양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언제든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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