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지 주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칠 중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충분한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다 극심한 반발을 자초했다. 최근 경북 영주댐 수문 개방을 둘러싼 주민과 환경부의 갈등이나 포항 사격장 훈련으로 빚어졌던 민군(民軍) 대치에 따른 주민 반발 시위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만하다. 이들 두 사례의 공통점은 환경부와 국방부가 현지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데 따른 어설픈 행정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특히 격화된 포항시 장기면 수성리 사격장에서의 미군 아파치헬기 포격 훈련 갈등은 처음부터 국방부가 현지 주민들의 수십 년 쌓인 불만과 불편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탓으로 볼 수 있다. 1960년 사격장 설치 이후 포 사격 훈련으로 고통을 받던 주민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여론 수렴도 없이 경기도 포천 사격장보다 좁은 포항으로 옮겨 미군 헬기 포격 훈련을 하려 했으니 주민 반발과 정부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포천 주민 반발은 수용하고 포항 주민 뜻은 무시했으니 같은 국민으로서 억장이 무너질 만했다.
이런 국방부 정책은 1조1천억원을 들여 지은 영주댐 물을 방류하려다 주민 반대에 뒤늦게나마 현지 의견 수렴에 나서 겨우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은 환경부와 딴판이었다. 환경부는 일방적 정책 추진에서 한발 물러나 주민 뜻을 듣고 재검토했지만 국방부는 제대로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농사 뒷마무리에 바쁜 주민들이 농기계까지 끌고 와 도로를 막는 등 자신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애끓는 호소에도 국방부는 되레 16일 예정된 헬기 사격 강행 뜻만 밝혔으니 주민 반발은 결사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늦었지만 국방부가 헬기 사격 훈련을 하지 않는 쪽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니 다행이다. 국방부는 국가 안보가 중요하기에 지금까지 오랜 세월 견딘 주민 불편과 고통을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주민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 정책 우선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국방부는 이에 더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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