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슬프다. 너무 슬프다."
13일 오전 10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마산리 대성아파트 E동 철거 현장은 육중한 중장비가 건물을 부수느라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먼지를 풍겼고, 그 사이로 노동자들이 먼지 비산을 막으려 열심히 물을 뿌려댔다. E동은 3년 전 규모 5.4 지진으로 벽면 균열 등 심각하게 파손된 데다 3도 기울어져 '피사의 아파트'로도 불린 건물이다.
부산한 철거 현장 입구에 이 아파트 전 주민으로 보이는 50대 여성이 천천히 다가서더니 "다시 여기서 살고 싶은데, 좋은 추억이 많았는데 너무 슬프다"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는 이곳에 30여 년을 살았고, 지진이 나기 전 큰 돈을 들여 새집처럼 꾸몄다고 했다. 하지만 지진으로 집이 파손된 뒤 붕괴위험이 커진 탓에 새로 산 냉장고는 고사하고 덩치 큰 물건은 아무것도 갖고 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재민 임시구호소를 거쳐 정부가 마련한 LH 임대주택에서 2년여간을 살다 지금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
"정든 집을 그냥 떠나보내기에 가슴이 먹먹해 사진 하나라도 더 남기려고 가끔 한 번씩 철거 현장을 찾는다"고 그는 말했다.
건물 잔해 더미 속에는 이 여성의 냉장고처럼 이곳에 살던 이들이 도망치듯 집을 나서며 미처 챙기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 잔뜩 묻혀 있다.
철거업체 현장소장은 "철거하기 전 쓰레기 분류를 위해 집집마다 들러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무거운 가전제품은 들고 나오기 어려워 건물과 같이 부술 수밖에 없었다"며 "전 입주민들이 한번씩 찾아오는데 현장을 보고 눈시울을 붉히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이 업체가 맡은 구역은 E동으로 현재 3분의 1 정도의 공정이 끝났다. 15일쯤에는 건물 잔해들이 건설폐기물 이름을 달고 처리장으로 실려 나갈 예정이다. E동 양 옆에 있는 D동과 F동도 철거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대성아파트 A~F 6개 동 중 A, C동은 올해 중순 철거가 완료됐고, B동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포항지진 상징물이 됐던 대성아파트 단지가 사라지면 이 터에 정부의 '특별재생계획'이름으로 도서관과 어린이집, 보건소, 트라우마센터 등 공공시설물이 들어선다.
포항시는 지진으로 전파 판정을 받은 철거대상 건축물 대성아파트, 경림뉴소망타운, 대웅파크맨션 2차 등의 철거를 올 연말까지 모두 끝내고 공공시설물 공사 발주를 진행할 계획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대성아파트 터는 내년 4월쯤 공공시설물 공사 발주가, 다른 아파트 터는 내년 초 공사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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