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 억대 사장님 산실됐다

석달간 각종 컨설팅 지원…외식창업 실전경험 공간
모시모시식당-와룡총각-미소갈비찜 각자 특화 메뉴로 사업 안정기
“대구 넘어 전국시장 도전, 단골도 많이 생겨”
대구시는 포스트 코로나 대비 ‘청년팝업레스토랑 2.0’ 준비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을 수료한 이중생 와룡총각 대표는 최근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튜브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을 수료한 이중생 와룡총각 대표는 최근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유튜브 'KBS LIFE' 캡처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 출신 박대현 모시모시식당 대표가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 출신 박대현 모시모시식당 대표가 재료를 손질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3개월간 임대료, 조리공간·기구, 각종 컨설팅 지원 등을 받으며 외식창업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는 '대구 청년팝업레스토랑'이 배출한 성공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경북 경산시 정평동 '모시모시식당'은 점심을 해결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초밥과 나베(일본식 냄비 요리) 등을 파는 모시모시식당은 대구시가 운영하는 청년팝업레스토랑 출신 박대현(40) 씨가 운영하는 일식집이다. 연속된 창업 실패로 꿈을 접으려던 박 씨는 마지막 도전으로 지난 2018년 청년팝업레스토랑에 지원했고, 수많은 실험을 거쳐 지난해 5월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박 씨는 "열정만 있고 외식업의 시스템은 전혀 모른 채 창업했다가 쓰디쓴 실패를 겪었다"며 "팝업레스토랑에서 실전 경험을 쌓으며 다양한 사람의 입맛에 맞는 메뉴 구성과 가격 등 모든 것을 바꿨고 이제는 식당이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실패로 더 이상의 창업은 안 된다며 반대했던 박 씨의 아내 임정민(34) 씨도 이제는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임 씨는 "새벽까지 운영해도 하루 매출 7만원이 안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며 "남편의 설득으로 팝업레스트랑에서 같이 일하며 외식업의 어려움과 개선해야 될 점을 알았고 이제는 2호점 오픈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 씨 부부의 경험처럼 외식창업은 매몰비용이 큰 반면 생존율은 저조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외식업 생존율은 1년 61.5%, 3년 32.8%, 5년 19.1%에 불과했다. 새롭게 생겨난 식당 5곳 중 4곳은 5년도 안 돼 문을 닫는다는 의미다.

대구시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청년들의 활발한 외식창업을 지원하려 지난 2018년 중구 종로 한 건물을 임차해 시작한 사업이 팝업레스토랑이다. 지금까지 6개 기수 18팀이 참가해 9팀이 창업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팝업레스토랑 취지는 무분별한 창업이 아니라 청년이 실패도 해보고 실전 경험을 쌓으며 체계적인 준비를 거쳐 창업 여부를 판단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라며 "그 결과로 성공적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역시 팝업레스토랑 출신으로 달서구 와룡시장에서 떡갈비를 파는 '와룡총각' 대표 이중생(35) 씨는 최근 공중파 프로그램 '6시 내고향-와룡시장편'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팝업레스토랑을 기반으로 장사를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스토리가 주목받았다.

이 씨는 "다시 돌아가더라도 장사를 시작한 데 대한 후회는 없다"며 "교사를 그만두고 바로 도전한 게 팝업레스토랑이었는데 실전처럼 일하면서도 초기비용 부담은 적었던 점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오전에는 와룡시장, 오후에는 칠성야시장을 오가며 떡갈비를 팔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이 씨는 "적어도 적자를 보지 않고 월 1천만원 정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점에 감사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대구를 넘어 전국에 택배로 와룡총각 떡갈비를 판매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달성군 현풍읍에서 '미소갈비찜'을 운영하는 신상진(34) 씨도 대표적인 팝업레스토랑 성공사례다. 최근에는 대구를 넘어 경북·경남권에서도 단골이 생길 만큼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신 씨는 "팝업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초기 창업 때 많이 겪는 실수를 줄일 수 있었다"며 "지금은 연 매출 3억원 정도로 사업이 성장했다. 손님들께 맛이 좋다는 평가를 들을 때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코로나19로 인한 외식업계 변화에 대처하려 내년 출범을 목표로 '청년팝업레스토랑 2.0'을 준비하고 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장소와 구조 등 모든 것을 바꿔 새로운 청년팝업레스토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청년 외식창업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이중생 와룡총각 대표가 떡갈비를 조리하는 모습. 와룡총각 제공
이중생 와룡총각 대표가 떡갈비를 조리하는 모습. 와룡총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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