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일탈이 끝이 없다. 인사권·감찰권·수사지휘권의 잇따른 남용에 이어 이번에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 해제를 강제하고 이를 거부하면 처벌하는 법률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명백한 반(反)헌법적 발상이다.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은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에서 묵비권·진술거부권을 피의자의 당연한 권리로 보장하고 있는 이유다.
추 장관은 이런 법적 체계를 송두리째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헌정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 올린, 인권 보장을 위한 중요한 법적 원칙을 와해하겠다는 것으로,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독재적, 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법치 수호의 최일선에 서야 할 법무부 장관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법치 파괴를 획책하는 그 무모함이 절망스럽다.
추 장관이 문제의 법률을 제정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한 목적은 오직 하나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검사장을 어떻게든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에 옭아매려는 것이다. 이것 자체로 명시적이든 아니든 특정인의 이익이나 손해를 목적으로 법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의 일반성 원칙의 정면 부정이다.
추 장관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있다"고 했다.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한 검사장과 채널 A 전 기자의 '검·언 유착 사건'의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검·언 유착' 사건은 이미 실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애완견' 검사들이 탈탈 털었지만 추 장관이 기대한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독재적·전체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쏟아지자 추 장관은 엉뚱한 반론을 폈다.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으로 발전한다"며 "디지털을 다루는 법률 이론도 발전시켜나가야 범죄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이 도전이고 응전인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기본권적 방어권을 행사하는 게 도전인가? 방어권을 말살하는 게 응전인가?
디지털을 다루는 법률 이론의 발전도 기본권 보호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그런 법률 이론을 발전시키든 아니든 기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식하면 입을 닫아야 한다. 그러나 추 장관은 끊임없이 무지를 폭로하는 소음(騷音)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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