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가덕도신공항이 선거판 공깃돌인가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부산시 국정감사에 앞서 부산시 공무원노조가 가덕도 신공항 유치 관련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부산시 국정감사에 앞서 부산시 공무원노조가 가덕도 신공항 유치 관련 현수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김해공항 확장안에 문제가 있다고 가덕도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논리에 의구심이 든다"며 "국비를 들여 새 공항을 짓는다면 새롭게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까지 '김해신공항 무산→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몰아붙이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국무총리실의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한 재검증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여·야는 경쟁적으로 가덕도신공항 애드벌룬을 띄우고 있다. 여당이 '가덕도 카드'를 꺼내 들자 야당도 가세하는 모양새다. 이달 초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국토부 장관이 반대하는데도 김해신공항 검증위 검증 결과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타당성 용역을 바로 시행할 수 있도록 20억원의 용역비 예산을 증액했다. 검증위 검증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전형적인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하자 민주당은 가덕도신공항을 끌어들여 반전을 도모하려 혈안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부산을 찾아 가덕도신공항과 관련,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도민의 염원에 맞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부산 신공항에 대해 우리 당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경쟁적으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외치는 여·야 모습에서 국민 통합과 국가의 백년대계에 대한 고민을 찾아볼 수 없다. 원칙과 절차를 저버려서라도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정략적 욕심만 보일 뿐이다. 영남권 5개 광역 지자체의 합의에 따라 김해신공항으로 결론이 난 국책사업을 선거 승리를 노리고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어느 국민이 국가 정책을 신뢰한다는 말인가.

선거 때만 되면 터져 나오는 환심 사기용 포퓰리즘 공약으로 나라와 나라 경제가 멍들고 소모적 분열만 키우는 악습이 사라지기는커녕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여·야가 목을 매는 가덕도신공항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국정의 연속성과 신뢰성, 국가 미래를 여·야가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덕도신공항을 선거판 공깃돌로 여기는 짓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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