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예제( 禮制) 정비에 공헌한 명재상이었던 경암 허조(1369~1439)를 조명하며, 지금은 사라진 우리 전통 상여 행렬을 재현하는 문화행사가 열렸다.

14일 경북 경산시 하양읍 무학산 중턱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66호인 '경산상엿집'앞 마당에선 (사)나라얼연구소 주최·주관으로 제7회 한국전통상례문화 국제학술세미나 '예(禮)로 태평성대를 열다' 둘째날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인간이 세상에 태어나서 피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는 '죽음'이다. 우리 조상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마냥 슬퍼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죽은 자는 저승에서 영원히 평안할 것을, 남은 자들에게는 위로를 주는 문화로 승화시키고자 했다.
장례에서 망자의 주검을 상여에 태워 무덤까지 운구하는 상여 행렬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네 농촌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시신을 화장하는 문화가 보편화하면서 요즘은 연희나 전통 재현 현장에서나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 120여년 동안 상여소리 전통의 맥을 이어어고 있는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설화리 주민들로 구성된 '설화리상여소리보존회'가 전통 상여 행렬을 재현했다.


발인제를 지내고 출상을 한 후 상여 행렬은 방상씨, 요여를 앞세우고 상여를 맨 상두꾼 뒤로 상주와 조문객 순서로 긴 행렬이 이어진다. 망자가 저승길을 가는 것이다.
"가자 가자 어서 가자 북망산천 찾아가자.(오호옹 오호옹 오호에야 오호홍, 상두꾼 뒷소리)/이래 갈 줄 내 몰랐다.언제 다시 만나볼꼬(오호옹 오호옹 오호에야)/북망산천 머다더니 내 집 앞이 북망일세.(오호옹 오호옹 오호에야)…"
70대 어르신인 이종수 상두소리꾼이 이승에 대한 미련과 인생무상, 저 세상에서 편히 쉴 것을 소망하는 앞소리를 구슬프게 노래한다. 이에 맞춰 상여를 멘 상두꾼들이 뒷소리를 하면서 상여 행렬은 언덕을 오르고 내려가고, 좁은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장지에 도착해 하관하고 무덤을 다진다. 그때 그때 상황마다 상여소리가 달라진다.
특히 이날 설화리 70,80대 노인들은 물론 10대 어린이들까지 남녀노소 마을 주민 120여명이 참여해 우리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데 대한 자부심을 보여줬다. 상여 행렬 중간 중간 진경희 예술단이 출연해 명재상 허조가 이루고자 했던 태평성대를 바라면서 춤과 노래로 표현한 '정승 맞이,정승 놀이,정승 보내기' 공연을 펼쳐 박수 갈채를 받았다. 마지막은 이날 출연진과 참석자들이 함께 어울려 한마당 축제판을 펼쳤다.

특히 '경산상엿집' 에서 관객들은 200년이 지난 영천 화남면 구전리 황보씨 문중의 상엿집,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후반 중국 조선족들이 사용했던 만주상여, 기독교 전통상여, 요여, 꼭두 등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상여도구 등을 특별전시해 잊혀져가는 전통 상례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13일 세미나에서 '세종의 국가경영과 허조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 박현모 여주대학교 세종리더십연구소장은 "허조는 세종 때 '건설적 비판자'로서 왕과 신하들의 간격을 좁혔고, 뛰어난 인재를 검증하고 인재가 왕성한 나라로 만들었으며, 조선식 질서를 정비하는 국가의례 정비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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