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윤석열 대망론'에 오히려 거부감 느끼는 보수진영

이명박·박근혜 구속에 큰 역할…'우리편' 평가받기는 어려울 듯
황교안 전 대표 총선 참패처럼…'검찰 출신' 수장 지도력 의문도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9일 오후 진천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차장검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 위해 연수원 내에서 이동하며 주변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현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최근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정작 윤 총장의 둥지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보수진영에선 윤 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주도한데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이끈 4·15 총선에서 참패를 기록한 이후 검사 출신이 보수정당의 간판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큰 탓이다.

특히 철저한 검찰주의자로 알려진 윤 총장을 대통령으로 밀어올리더라도 윤 총장이 보수의 이념에 충실한 국정철학을 보여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이에 보수진영 일각에선 윤 총장 대망론은 보수진영의 대선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보수진영에서 윤 총장의 부상을 가장 꺼리는 이유는 윤 총장이 한나라당·새누리당 출신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에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 2016년 최순실 사법농단 특검의 4팀장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또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의혹 수사를 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보수진영을 향해 칼을 겨눈 것을 넘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빌미가 된 수사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윤 총장이 보수진영에서 '우리 편'으로 평가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표일이 가까워지고 후보 간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해질 경우 이른바 '집토끼'(고정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윤 총장에겐 결정적인 흠결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출신 당수(黨首)의 지도력에 대한 의문도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상명하복(上命下服)에 익숙한 기질 때문에 복잡다단한 당내 역학구도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당력을 집중해야 할 대선국면에서 당 안팎을 아우르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인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는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내면서 정무감각을 익혔지만 그 정도였는데, 자타공인 검찰주의자인 윤 총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존 정당조직과 엇박자를 낼 공산이 크다"며 "검찰 출신 당수의 리더십 실패는 한번이면 족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윤석열 정권'의 정체성이 보수의 이념에 부합할 것이라는 장담도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총장의 정치적 지향을 확인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보수정당의 당력을 윤 총장에게 집중해도 되느냐는 물음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권교체가 목표인데 막상 대선 후 청와대의 국정운영 기조가 불분명할 경우 국회에서도 소수인 국민의힘으로선 아무런 통제장치가 없다"며 "윤 총장이 보수정당과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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