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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사육농가 부부 확진…"소는 누가 키우노?"

소 사육 농가 사진.
소 사육 농가 사진.

"우리 소 먹이 주실 분 있나요?"

경북 청송의 외딴집에서 소 80두를 키우던 부부 모두가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면서 소를 돌볼 수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확진자 부부는 이달 초 처제의 방문으로 한바탕 가족 모임을 가진 뒤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둘다 안동의료원에 격리됐다. 또한 이들 확진자 부부와 동선이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는 이웃 주민들도 모두 자가 격리된 상태다.

확진자 부부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언제 집으로 돌아갈 지 알 수 없다. 남편의 머리 속에는 항상 집에 기르던 소 80두가 떠나지 않는다.

시골 농촌에 코로나19가 휩쓸면서 가축농가들이 비상이다. 확진자 농가는 병원 입원 치료로 가축을 돌볼 수 없고, 자가 격리 농가들도 수확한 곡식을 제대로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청송군이 다급히 축산농가 돕기에 나섰다. 청송군은 확진자 부부 우사에 소독을 마치고 소를 대신 키워 줄 대상을 찾고 있다. 다행히 청송영양축협에서 도움을 주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축협도 장기간 이곳 소를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면사무소 직원들도 소 관리를 위해 발품을 팔고 있지만 쉽지 않다. 한창 수확철이라 남는 인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다.

이웃의 자가 격리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쌀 수매가 한창인 지금 수매장에 내지는 못해도 널어놓은 쌀을 걷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이곳 면사무소 관계자는 "소 사육 농가 부부가 코로나 확진을 받아 소 관리 인력을 구하고 있다"며 "확진자 농가라는 오명 때문에 소를 돌보겠다고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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