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기' 태권도 부끄럽게 하는 대구시태권도협회

검찰 압수수색 후 한창헌 실무부회장 자진 사퇴
내분 계속되면 외부인 내세워 정상화해야

대구시 태권도협회 홈피 캡처
대구시 태권도협회 홈피 캡처

태권도는 대한민국 국기(國技)다.

태권도는 20여 개에 한정된 올림픽 종목의 하나로 입지를 다진 국내 최고 엘리트 스포츠다. 그 바탕에는 국기원을 중심으로 한 전 국민의 태권도 사랑이 있다. 우리 국민 상당수는 빨간 띠에서 시작해 검은 띠까지 매며 품·단이 높아가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련자와 유단자들은 아낌없이 승품 단비를 냈다. 이 종자돈을 모태로 국기원과 시·도의 태권도협회가 운영되고 있다.

지자체 체육회에 소속된 거의 모든 경기단체는 자생력이 없어 회장단 출연금과 체육회 지원금으로 어렵게 살림을 살아가지만, 태권도협회는 매년 꼬박꼬박 들어오는 수억 원의 승품 단비가 있기에 비교적 여유 있는 살림살이를 한다. 대구시 태권도협회는 지난해 승단심사비로 7억 8천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돈이 있기 때문일까. 태권도협회에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기자가 30년 가까이 직간접적으로 지켜본 대구시와 경상북도태권도협회에서는 태권도인들의 고소, 고발에 따른 경찰·검찰 수사와 재판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다툼 끝에 협회 임원이 사무실에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대구가 잠잠하면 경북이 시끄럽고 경북이 조용하면 대구에서 소리가 났다.

태권도인들은 무도를 강조하며 도장에서 어린이 수련생들에게 예의를 가르치지만, 협회에 관계하는 다수는 말뿐이었다. 오랜 파벌을 기반으로 협회 주도권 잡기 다툼이 수십 년간 쉼 없이 이어졌다. 서로 폭력을 행사하고 횡령 혐의를 지적하면서 사회 비난을 받는 단체로 전락했다.

대구시 태권도협회가 지난달 20일 대구지검의 압수수색을 받고 수사를 받고 있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협회 내분에 따른 비리와 폭력 등 문제점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있었고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졌지만, 협회 핵심 세력들은 건재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분위기다. 대구지검 반부패수사부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후 모든 논란의 중심인물인 협회 한창헌 실무부회장이 지난 6일 자진사퇴 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전무이사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협회 살림살이를 맡은 한 실무부회장은 그동안 숱한 구설수에다 수사를 받고, 재판을 진행하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한 실무부회장은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대구시 체육회의 중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대구시 체육회는 오는 23일 스포츠 공정위원회를 열어 대한체육회의 '2017 대구 전국체전 대비 평가전 태권도대회 승부 조작 조사결과 통보'에 따른 한 실무부회장의 중징계 조치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그는 일정 기간의 자격정지를 받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 태권도협회는 최근 한 실무부회장 체제에서 공석이었던 전무이사를 새로 선임했으나 일부 태권도인들이 이에 반대하는 등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역 체육계에서는 대구시 태권도협회의 내분이 계속되면 객관적인 외부 인사를 회장과 전무이사로 내세워 정상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예전 대구시 축구협회가 내분으로 시끄러울 때 문희갑 대구시장이 직접 회장을 맡고 나서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를 전무이사로 영입, 정상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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