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안이 사실상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되면서 대형 국책사업이 한순간에 폐기되자 문재인 정부의 '정세균-이낙연' 두 국무총리를 향한 책임론이 일고 있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국책사업의 원칙을 깨고 공론화 과정과 전문적인 검증 절차 없이 정책을 졸속 폐기했다는 비판이 숙지지 않고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부터 불거진 김해신공항 재검증 논란은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 출범 이후 11개월 만에 결과가 나왔으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예상보다 후폭풍이 심각한 분위기다.
내각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인 총리가 지역·정책적 대혼란 야기라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책사업 폐기에 대한 제대로 된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 총리는 17일 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검증 결과 발표와 관련해 검증위로부터 결과 보고서를 전달받은 뒤 "후속 조치에 대한 계획을 면밀히 마련해 동남권신공항 추진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사실상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이 최종적으로 정해진 셈이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낸 것에 대해 공항 전문가들은 국책사업의 신뢰성을 떨어뜨린 나쁜 선례를 남기면서 정책 대혼란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또한 20년 가까이 감정싸움을 벌였던 지역갈등을 정부가 또다시 조장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지난 2016년 20억원을 투입해 김해신공한안으로 결정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 연구용역비는 물론 신공항 입지를 원점에서 결정하기 위해 새로 거쳐야 하는 타당성 조사 등 모든 절차에 더 큰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예견된 문제다.
앞으로 치러야 할 매몰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막대해 국가예산 낭비 논란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 총리는 그간 기존 김해신공항안 추진에 무게를 두는 듯한 발언을 해왔다.
정 총리는 올 1월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기구(김해신공항 검증위)를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으면 그 결과를 존중하는 게 맞다"며 정무적 판단 배제를 강조해왔다.
정 총리는 지난 9월에도 "검증위원회가 최대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논의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총리는 "위원회 결정에 따라 시기와 내용도 위원회가 알아서 하고, 총리실은 검증 결과를 존중해 그대로 할 것이다.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이 "가덕신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고 주장하자 정 총리는 "공약은 아니고 유사한 말씀은 하셨다고 들었다. 공약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발언에 부산·울산·경남 지역이 크게 반발하면서 사실상 김해신공항안 유지 가닥으로 점쳐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해 6월 부산·울산·경남 단체장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김해신공항 검증 총리실 이관에 합의한 당시 총리로서 김해신공항 검증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사안에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대표는 총리 재임 당시 김해신공항 검증에 대한 총리실 이관을 수용하고 총리실 산하에 김해신공항 검증위를 설치한 바 있다.
검증위 출범 당시에도 "이번 검증이 갈등 해결의 성공사례가 되고 국가와 사회의 미래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다가오면서 검증위 결과 발표가 임박할수록 두 사람의 입장은 급변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 대표는 민주당 당권주자로 나서면서 노골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찬성 입장을 표출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월 김해신공항 검증과 관련 "먼눈으로 확장성을 좀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 가덕신공항으로 정해졌으면 좋겠다"며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검증위가 최종 결과를 발표하기도 전에 부울경의 손을 들어주고 가덕도를 띄우면서 이미 '정무적 개입' 불가피성을 주장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증위를 설치한 총리의 발언으로는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 10월 1일 김해신공항 검증에 대해 "최근 동남권 신공항 검증위 검증 과정 관련 내용이 지역 언론에 보도됐는데 부정확한 내용이 있는 것 같다. 이를 전제로 부산 시민께서 서운해하시고 정치권도 비판하게 된 것이 아쉽다"면서 "결국 정부의 선택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검증위에 대한 부울경 반발을 의식한 듯 결국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정부라고 말한 것으로 '정무적 판단'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또 남겼다.
이 대표는 이달 4일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는 가덕도신공항과 관련 "희망 고문을 빨리 끝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시·도민의 염원에 맞게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가덕도신공항에 힘을 실었다.
정 총리도 검증위의 김해신공항 검증 발표가 임박한 시기에 톤이 달라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10월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과 관련해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들의 간절한 여망이 외면받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역할을 다해 잘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10일 취임 300일을 맞아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게 되면 다른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되는 그런 상황이 올 수 있겠다고 보고 있다"고 밝히면서 가덕도신공항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검증위는 이번 결과에 대한 정치적 고려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다만 여권 등 정치권과 부울경 지역의 압박이 거셌다는 것에 대해선 인정했다.
검증위는 이날 배포한 문답자료에서 '정치권과 부울경 요구 등 정치적 고려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의에 "과학적·기술적 사안에 대한 전문가적 시각에서 판단했다. 정책적 판단 및 고려는 고려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수삼 검증위원장은 "1년 가까이 검증을 하면서 사회적, 정치적 압박도 가해졌지만 그런 부분을 말씀드리지 않았다. 우리는 보고서로만 이야기 한다는 입장이며 다른 부분은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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