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일간지 부산일보는 18일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이 김해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놓고 '지역의 문제는 지자체가 결정해야 한다'며 '부산·울산·경남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간담회 자리에서 가덕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대구·경북(TK) 지역의 반발에 대해 "지역의 문제는 지자체가 결정해야 한다. 부산·울산·경남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경제·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지역뉴딜 정책은 해당 지역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김 위원장의 말을 부산·울산·경남이 추진하는 메가시티 전략의 핵심 인프라인 신공항 입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부·울·경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보도에는 김 위원장이 경북대 교수로 대구·경북 통합공항 추진 시민단체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 대표로도 활동한 이력이 소개되기도 했다. 전날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정 이후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고조되는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 '답정너'된 가덕신공항
김해 신공항(기존 공항 확장안)이 백지화 됐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곧 '동남권 신공항의 가덕도 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밀양 등 지난 2016년 경쟁했던 다른 후보지와의 입비 비교분석 절차, 대구 등 다른 지자체의 반발도 해결해야 한다.
반면, 부당시와 정치권에서는 이미 가덕신공항을 놓고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라는 뜻으로 듣고 싶은 말이 뻔히 있으면서 일부러 물어보는 행동을 비꼬는 은어)' 식 속전속결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앞서 '동남권 관문공항의 조속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와 여야 정당에 요청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가덕신공항 추진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등 사전절차를 최대한 단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것.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특별법은 이미 인천공항 등 성공적인 선례도 있다"며 "이제 제대로 된 정책을 적정한 시기에 맞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여야가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18일 관문 공항으로서 가덕도 입지 조건의 객관성과 타당성 담보를 위해 2건의 자체 용역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덕신공항의 공사비와 사업비, 연약지반, 수심 등을 따져보는 '가덕신공항 쟁점에 대한 적정성 검토' 용역과 '가덕신공항 조류 이동 경로'에 대한 환경 분야 용역이다.
여당도 부·울·경 지역구 의원을 중심으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 추진에 나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동남권 신공항 추진단을 발족하고 이달 내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대선까지를 겨냥한 선거용이라는 시선에 선을 그으면서 조기 사업 착공으로 논란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여권은 김해신공항 사업이 사실상 백지화된 데다 대구·경북(TK) 통합공항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는 가덕도밖에 없다는 '대안부재론'을 앞세우고 있다.

◆ 착잡한 국토부 "결정 겸허히 받아들여"
국토교통부는 17일 김해신공항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총리실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토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국토부는 지난해 6월 부·울·경 3개 단체장과 합의한 합의문에 따라 검증위의 검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앞서 2016년 외국 전문기관인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 결과에 따라 김해신공항을 동남권 관문 공항의 최적 입지로 확정하고 기본계획을 검토해왔다. 이는 신공항 입지를 두고 대립하던 영남권 5개 시도지사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아울러 국토부는 줄곧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면 '후보지 물색 등 원점부터 다시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현 시점을 기준으로 수요를 다시 조사해 김해신공항 외에 새로운 대안 입지를 검토하고 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 경우 가덕신공항 외에 지난 2016년 당시 거론됐던 경남 밀양도 검토 입지로 재부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여당에선 한때 가덕신공항을 직접 선정해 발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항입지 선정에서 국토부를 패싱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기본절차를 무시할 경우, 가덕신공항을 최종 결정한 책임자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가게 된다. 청와대와 여당 모두 이런 책임 '후폭풍'을 감수할 가능성은 적다.

◆ "자다가 소도 웃을 이야기" 대구 반발 고조
이 가운데 대구지역에서는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18일 정부의 김해신공항 백지화 방침과 관련, "내년 부산시장 선거 표를 의식한 짜맞춘 결론"이라고 밝히며 거듭 비판을 이어나가고 있다.
권 시장은 이날 KBS1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여당은 선거 때문이 아니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자다가 소도 웃을 이야기"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내년 보궐선거에 이겨보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인데, 그걸 보궐선거 때문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면 누가 믿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는 "제대로 된 물류 공항이 있어야 영남권 전체에 발전이 있다는 것에 다 동의한다"며 "그게 결과적으로 가덕도냐, 밀양이냐를 놓고 (2016년 6월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 당시) 대구경북, 경남, 울산은 전부 밀양을 찬성했다. 부산의 일부 정치인을 중심으로 가덕도를 계속 고집하는 바람에 김해신공항으로 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가덕도)특별법을 만들어 신속히 진행하겠다는 민주당 입장에도 반발했다. 김해신공항이 정말 문제가 있다면 이미 가덕도를 점 찍는게 아닌 영남권 미래를 위한 항공 수요, 제대로 된 관문 공항으로서의 입지, 접근성 등을 골고루 놓고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 역시 18일 김해신공항안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홍 부시장은 페이스북에 "어제 김해공항 검증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국토부는 그 당시 고려해야 할 많은 부분을 놓쳤다. 사실이 그랬고 그것을 인정한다면 그 이유를 소상히 밝히고 사과해야 한다. 필요하면 문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역 정치,경제,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시의회 통합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위원장 안경은)는 18일 성명을 내고 "정권이 교체되고 정치지형이 바뀌었을 뿐 김해신공항의 자연지형이나 입지여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단지 한 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근본적인 검토'라는 포장으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0년 동안 동남권 신공항 건설 운동을 해온 '대구·경북 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는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이기기 위해서는 부산시민에게 줄 달콤한 사탕이 필요했다"고 꼬집었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도 입장문을 내어 "국가발전을 위한 사업에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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