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문자 한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일반 백성들은 문자로 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어려운 한문을 배울 수 없었기 때문에 편지는 물론, 간단한 기록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세종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누구나 쉽게 자신의 의사를 문자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을 창제했다. 이런 한글의 자모를 시로 쓴 시집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시로 표현하지 않은 소중한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시로 표현한 시집이다. 시인은 "우리 한글 자모는 패션과 디자인, 그림과 무용,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지만, 정작 문학에서는 우리 말 자모를 시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자모를 시화하는 작업을 감행했다."고 했다.
문무학 시인은 지금까지 여러 권의 시조집을 통해 그의 정체성을 확인해 주었으며, 최근 낱말에 대한 근원적인 원리를 찾아가는 그의 시적 행보는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결과가 낱말과 홑소리 글자를 통해 삶을 바라본 시를 담은 시집 『낱말』과 『홑』을 통해 낱말의 의미와 세상을 통찰하는 시세계를 선보인 것이다.
이 시집에서는 한글 자모를 바라보고, 써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아름다운 시로 표현한다. 그 위에 새로운 상상력을 더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서는 닿소리 14자와 모음인 홑소리 10자, 복자음인 겹닿소리와 이중모음인 겹홀소리 16자, 사라진 자모 4자, 겹받침 글자의 풍경을 그린 겹받침 11자 등 55자를 소재로 한 시조 55편을 담았다. 수록된 시를 읽으면 그 누구도 발견해 내지 못한 우리 한글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발견한 시인의 시각에 감탄하게 된다. 또 한글 자모를 시의 주제로 끌어와 우리 인간사의 기쁜 삶을 자모 속에 담아내고 때로는 가슴이 저미도록 아픈 삶을 자모 속에 녹여내어 3장의 행간 속에 담백하게 풀어냈다.
"'ㄴ은'은 한글 자모 두 번째 자리지만/ 세상 제일 먼저인 '나'를 쓰는 첫소리/ 첫자리 비워주고도 첫째가 될 수 있다" (-닿소리 ㄴ)
이 시집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순한 한글 자모의 나열이 아니라 삶의 철학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인이 즐기는 언어의 유희 속에는 단순한 유희가 아닌 우리말의 깊은 어원을 찾아가는 길을 안내하고 있다. 즉 '나'라는 1인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 속에는 최고만을 고집하는 우리들에게 그 어떤 것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삶의 철학을 가르쳐준다.
이처럼 시인은 한글과 언어를 다채롭게 변주한 실험적인 시집을 발표해 주목을 받아 일정한 문학적 성취를 이뤘음에도 교만하지 않고, 몸을 더욱 낮춰 "삶의 바다에서 낚싯대 하나 걸쳐놓고 괜찮은 시 한 편 낚아 올리려 아등바등하고 있다."고 '시인의 말'에서 말한다. 유네스코문화유산에까지 등재된 한글의 귀함이 이 시집으로 더욱 빛나기를 기대한다.
김용주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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