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조변석개 정권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노태강 신임 주스위스 대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대사 신임장 수여식에서 노태강 신임 주스위스 대사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한 것에 청와대가 강경 대응하던 작년 7월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 끝부분이다.

죽창가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문재인 대통령 등 정권이 일본을 대하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일 이순신 장군을 소환하고, '토착 왜구'를 입에 올리며 일본에 강경했던 것에서 180도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모두 인사를 하며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다자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 정상만 콕 집어 인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난 뒤 "강제징용 문제는 현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스가 공동성명'을 제안했다.

문 정권이 갑작스레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일본이 변해서가 아니다. 난데없이 일본에 공(功)을 들이는 이유는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러 다시 '남북 이벤트'를 벌이려는 데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도쿄올림픽 때 남·북·미·일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노태강 스위스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을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촉발한 남북 정상의 평화 쇼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리바이벌하고 싶은 문 대통령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스가 총리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식 톱다운 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노이에서 수모를 당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을 때 이 정권 사람들이 고소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이제는 도쿄올림픽 성공이 정권의 최대 국정 과제가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토착 왜구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국정을 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다. 그나저나 죽창가를 외쳤던 조 전 수석이 이 시점엔 무슨 노래를 들고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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