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한 것에 청와대가 강경 대응하던 작년 7월 조국 민정수석이 페이스북에 올린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 끝부분이다.
죽창가 여운이 가시지도 않았는데 문재인 대통령 등 정권이 일본을 대하는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일 이순신 장군을 소환하고, '토착 왜구'를 입에 올리며 일본에 강경했던 것에서 180도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모두 인사를 하며 "특히 일본의 스가 총리님 반갑습니다"라고 했다. 다자 정상회의에서 특정 국가 정상만 콕 집어 인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를 만난 뒤 "강제징용 문제는 현 상태에서 더 악화하지 않도록 봉합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일본 측에 제시했다"고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문재인·스가 공동성명'을 제안했다.
문 정권이 갑작스레 일본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일본이 변해서가 아니다. 난데없이 일본에 공(功)을 들이는 이유는 도쿄올림픽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불러 다시 '남북 이벤트'를 벌이려는 데 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도쿄올림픽 때 남·북·미·일 정상회담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노태강 스위스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을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평창올림픽에서 촉발한 남북 정상의 평화 쇼를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리바이벌하고 싶은 문 대통령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스가 총리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트럼프식 톱다운 회담을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하노이에서 수모를 당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을 때 이 정권 사람들이 고소해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았다. 이제는 도쿄올림픽 성공이 정권의 최대 국정 과제가 된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토착 왜구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안 나올 수 없다. 국정을 조변석개(朝變夕改)처럼 운영하는 것은 문제다. 그나저나 죽창가를 외쳤던 조 전 수석이 이 시점엔 무슨 노래를 들고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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