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김형일 씨 부모 故 김중현·한영옥 씨

김형일 씨 부모 故 김중현·한영옥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김형일 씨 부모 故 김중현·한영옥 씨 생전모습. 가족제공.

나는 짠돌이로 살았지만, 짠돌이로 살고 싶어서 산 것이 아니다. 쓸 돈이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짠돌이로 살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어머니가 짠순이였기에 그렇게 배운 것이다.

​ 나의 오른쪽 손가락은 한 마디가 없다. 손가락이 절단된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의 일로 부모의 일을 도와주던 중 작두에 사고를 당했다. 안타깝게도 치료비가 없어 수술을 못 했다.

지금도 잘린 손가락을 물끄러미 바라볼 때면 불현듯 어머니가 떠오른다. 수십 년 동안 아들의 손을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무너졌을 어머니의 심정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어머니는 그렇게 평생을 자신의 무능을 원망하며 살았을지 모른다.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필자는 더욱 열심히 돈을 벌고자 노력해왔고,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후에는 아예 출장 의료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을 만큼 큰돈을 벌 수 있었다. 비록 어린 시절 가난으로 인해 손가락이 잘렸지만, 역설적이게도 잘린 손가락 덕분에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는 내 손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필자에게 수십 억 원의 돈을 벌게 해준 근거이자 이유인 사라진 오른손 검지가 더없이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5년 전부터 나의 전 재산을 1억 걸고 서울로 돌아다녔다. 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는 차비도 아까워하는 나였다. 그러나 그 처절한 희망의 끈을 가지고 용기를 낸 것이다. 서울과 인천 등을 돌아 다닐때 기차비가 아까워 버스를 타고 숙식비가 아까워 1주일 내내 찜질방을 전전하며 돌아다녔다.

당시에는 3천만 원이 넘어가는 투자처는 생각치도 못 했다. 지나고 나면 5천만 원이 넘는 투자처가 너무나 좋았던 곳들이 많은데 당시는 5천만 원이면 나의 전 재산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냈다. 1주일을 돌아다니고 나면 입술에 물집이 생기고 불어 터졌다. 나의 전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과 공포로 잠을 못 잔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내가 이렇게 처절하게 일한 이유는 아이들에게 그 가난을 물려주기 싫었기 때문이다.

오래전 어버이날 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시를 아버지에게 바치고 싶다.

'어버이날'

아버지가 숨겨놓던 깡소주

푸짐한 안주를 보면 눈물

돌아가시기 몇일전 아버지

영양제 한 번 맞아야 하는데

그 말이 귓가에 맴돈다.

어머니가 숨겨놓은 홍시

잘 익은 홍시를 보면 눈물

돌아가시기 전 며칠 전 어머니

병원에서 있지 말고 집에 가

그 말이 귓가에 맴돈다.

지금 돌이켜보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좀 재산이 많았으면 이렇게 허망하게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병환으로 돌아가셨지만 아버지는 급성폐렴으로 돌아 가셨고, 어머니도 큰 수술을 하셨으면 오래 사셨을 거 같은데 라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 아버지는 우리 부부가 결혼한다고 좋아하며 청첩장을 손수 우편 발송한다고 적어 놓으시고 결혼식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집을 뒤적이다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 봉투엔 아버지의 글씨가 고스란히 남겨 있어 더욱 보고 싶어진다.

가끔 카네이션을 보면 부모님이 생각나 울기도 한다. 퇴근길 회사 앞을 나서는데 카네이션을 하나하나 만들어 팔려고 늘어놓은 카네이션 바구니를 바라보다 눈물이 났다. 오래전 동생과 서로 누가 사오냐하며 미루던 때, 조금이라도 이쁘고 푸짐한 카네이션을 고르려던 때, 용돈을 얼마나 드릴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 나이가 들다보니 어버이날 아침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어오면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난다.

2010년 식목일에는 나무 10그루를 묘소에 심기도 했다. 모친은 보라색을 좋아하셨다. 그래서 보라색만 보면 어머니를 만나는 기분이다. 어머니를 모신다는 마음으로 보라색 잔디를 한 번 묘소 주위에 심어보리라 다짐하기도 했다.

오늘따라 아버지와 어머니가 더욱 그립습니다.
저를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아들(김형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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