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소리로 울면서 이 세상에 태어나/ …/ 사내답게 살다가 사내답게 갈 거다/ 사내답게 갈 거다.'
코로나로 어수선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지난 9월 30일 열린 가수 나훈아의 KBS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 '사내'의 첫 구절과 끝 가사이다. 무대는 그가 '사내' 노래를 마치며 옷을 입은 채 물속에 뛰어들며 반전된다. '사나이' 나훈아가 무대 작별곡으로 부른 '사내'가 떠오른 까닭은, 제목도 어린 시절 흔히 듣던 '사내자식'의 어감만큼 정겹지만 가사 마지막을 실천이나 하려는 듯 어두운 물속의 영롱한 구슬을 꺼내 코로나에 찌든 세상과 대한민국을 비추는 장면이 가슴에 와닿아서다.
나훈아가 노래한 사내의 삶이 부럽지만 역시 노래는 노래일 뿐인 모양이다. 나훈아의 사내는 가사처럼 '세상을 믿었고, 나를 믿었고, 친구도 믿었다'. 그랬기에 '가진 것은 없어도 비굴하진 않았다'. 그러나 노래 밖의 현실 속 사내들은 과연 어떤가. 세상도, 친구도 믿을 수 없다. 특히나 정치 지도자는 더욱 믿을 수 없는 세상이다. 특히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자나 야당인 국민의힘에 소속된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은 더욱 가관이다.
이들 여야 구분 없는 정치인의 언행 불일치 행진 속에 불거진 영남의 몇몇 의원들 행태는 낯설기까지 하다. 비록 오랜 세월에서 한때는 남북으로, 가끔은 상하 혹은 좌우로 부르며 구분했지만 같은 경상도의 한 울타리였던 사람들이 부산시장 선거라는 한순간의 일을 위해 700년 역사에서 쌓은 믿음을 허무는 데 앞장서고 있다. 특히 영남 5개 시장·도지사들이 이뤄낸 2016년 부산 가덕도신공항 대신 김해공항 확장의 합의를 깨고 가덕도신공항 추진으로 다시 돌아선 일은 치졸하기까지 하다.
가뜩이나 대구경북 사람들은 전직 두 대통령의 감옥살이로 가슴이 착잡하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노골화된 예산과 정책, 인사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홀대와 푸대접에도 속을 삭이고 있다. 여기에 괴질까지 덮치자, 일부 국민은 온갖 입에 담지 못할 말로 속을 더욱 뒤집어놓지 않았던가. 이런 이웃의 아픔을 누구보다 알 만한 사람들이 옛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며 고통을 더하고 있다. 남의 궁핍을 호기로 삼는 지도자나 정치인, 과연 그들은 사내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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