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동남권 신공항 입지논란 과정에서 보수정당의 텃밭인 영남지역 갈라치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대형 국책사업 유치를 둘러싼 영남지역 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확대 재생산해 보수진영의 기초체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제는 뻔한 잔꾀에 제1야당이 코를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당내 일각에서 '여당의 노림수에 말려들어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지만, '유권자(지역구) 심기경호 우선 분위기' 속에 아직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당장은 중구난방(衆口難防)식 대처가 나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원내사령탑 중심의 차분한 대응에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김해신공항 백지화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부산에 지역구를 둔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국민의힘의 일부 발언들이 너무 사납고 거칠어서 국민통합에 나쁜 결과를 낳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런 사나운 말들의 공통점은 결국 특정 지역을 대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특정지역(대구경북)을 대변한다는 '낙인찍기'를 통해 부산경남에서의 지지세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나아가 양향자 최고위원은 일도양단(一刀兩斷)식 해법이 쉽지 않은 정치적 사안을 두고 국민의힘에 입장을 강요하는 무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앞에서 국민의힘이 반으로 쪼개졌다"며 "국민의힘 당론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냐"고 비판했다.

여당의 파상공세에도 국민의힘은 아직 내부 분란을 확실하게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의원들은 "정권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신공항 문제로 장난을 치고 있는데, 무엇보다 그 잘못을 지적하는 데 당력을 모아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부산 지역의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은 지난 21일 오후 부산시당 사무실에서 간담회를 열어 가덕도 신공항을 조속히 추진하는 데 힘을 싣기로 했다.
그나마 당 차원에선 '선(先) 결정 번복 검증, 후(後) 입지 논의' 방침을 밝히고 있어 수습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다.
당 관계자는 "유권자 심기경호가 금배지들의 가장 큰일이긴 하지만 부산경남 의원들이 조급함에 원내지도부와 협의 없이 여당이 던진 뻔한 미끼를 덥석 물면서 당 전체의 스텝을 꼬이게 했다"며 "이제라도 원내사령탑을 중심으로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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