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늦은 오후 경북도청신도시 천년숲 황톳길. 땅거미가 깔린 숲길 사이로 형광 불빛 한 쌍이 나타났다. 이내 '야옹' 소리가 들렸고, 검은 물체가 바짓단을 부비며 가랑이 사이를 오갔다.
바로 길고양이 '동락이'였다. 도청 동락관 근처에 자주 나타나면서 얻은 별명이다. 일부 주민은 뮤지컬 '캣츠'에 나오는 고양이 이름을 따 '그리자벨라'로 부르기도 한다.
경북도청신도시에선 날마다 '캣츠'의 향연이 펼쳐진다. 길고양이마다 캣츠에 등장하는 고양이 배역들의 이름이 있다. '그리자벨라'뿐 아니라 천방지축 고양이 '카버케티', 하얀 고양이 '빅토리아' 등 캣츠 속 고양이들이 그대로 재현된 듯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아직 개발하지 않는 빈터 등에 살면서 인근 식당·오피스텔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 삼고 있다.
그리자벨라는 천년숲과 도청 동락관 주변에 자주 나타난다. 산책을 즐기는 이들을 졸졸 따라다니며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려 주민들이 반려묘처럼 돌본다. 한 주민이 나서 중성화 수술과 각종 예방접종까지 마쳤다. 천년숲 산책에 자주 나서는 이철우 경북도지사 역시 동행하는 이들에게 "도청에서 도지사보다 더 유명하다"는 농담을 건넬 정도다.
동락이의 라이벌로 꼽히는 빅토리아는 캣츠 속 하얀 고양이가 아닌 검은색이다. 고운 자태로 주민들의 눈길 사로잡는데, '봄베이' 종으로 추정된다. 또 카버케티는 사고뭉치로 정평이 나 있다.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음식물쓰레기 등을 파헤쳐 놓기 일쑤여서다.

이곳 고양이 대부분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일명 '개냥이(강아지+고양이)'이라고 불리며 주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고양이들과 놀기 위해 장난감까지 사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 주민은 "공공기관의 신도시 이전으로 어쩔 수 없이 가족과 떨어져 사는 직장인들이 길고양이를 보면서 잠시나마 외로움을 달래는 것 같다"며 "아직까지 고양이 개체 수가 많지 않아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만큼 당분간 캣츠의 향연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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