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한일관계

이성환 계명대학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이성환 계명대학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이성환 계명대학 교수(일본학전공, 국경연구소장)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임투표의 성격이 강했고, 종래의 선거와는 양상이 달랐다. 선거는 끝났으나, 정권교체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정권교체로 국제정세도 유동적이다. 그에 연동해서 한일관계도 꿈틀거리고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그리고 직접적으로 받는 나라일 것이다. 일본의 정치 속설에는 미국이 싫어하는 정치인은 총리가 될 수 없고, 되어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한다. 일본 국민에게 가장 인기가 있었던 서민 재상 다나카 가쿠에이 총리가 그랬고, 실질적으로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도 그랬다. 그래서 일본은 종종 말 잘 듣는 미국의 푸들로 묘사되기도 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확정되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고 한다. 전임 아베 총리는 취임식 전에 트럼프의 사저로 찾아갔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일본은 당혹해 한다고 알려지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의 당선을 기대 했다고 한다.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는 온건한 바이든 보다는 좌충우돌하는 트럼프가 더 낫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오바마와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의 대중국정책에 대한 불안이 있다. 오바마와 클린턴 정권은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중국을 변화시킨다는 관여정책을 기조로 했다. 그런데 그 사이 중국의 힘이 커지면서 일본을 직접 위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은 다시 오바마의 시대로 돌아가는 것을 우려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3번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의 구체적 성과는 없으나, 정상끼리의 대화의 문을 열었다는 의미는 크다. 정상회담이 계속되는 동안 북한의 도발은 없었고,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도 없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북한은 전략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또 다시 미사일 대피훈련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한국도 미국의 영향력 밖에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한일 양국은 서로 몸짓을 하고 있다. 지난주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한일의원연맹 회장이 일본을 방문해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아베 정권에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그 배경에는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든은 대북정책과 대중국정책에서 한미일의 협력을 강조할 것이기 때문에 이에 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본은 바이든 정부에 접근하기 위해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선물'이 필요한지 모른다는 관측이다. 2015년 연말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한일 간 위안부합의도 한일관계 개선을 바라는 미국의 종용 때문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바이든은 오바마 정권의 부통령이었다. 아베 정권의 정책 계승을 전제로 지난 9월 출범한 스가 정권이지만,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뀐 미국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아베정권 시대에 워낙 뒤틀려버린 한일관계가 풀리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8일자 마이니치신문의 사설이 눈길을 끈다.

사설은 최근의 정세변화 속에서 한국과 일본은 악화된 양국관계를 방치할 여유가 없다면서,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일본은 이러한) 급속한 역학관계의 변화가 (한일)관계 악화의 원인(遠因)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여서는 안 되며, 상대의 체면을 세우면서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을 한 수 아래 국가로 취급하던 일본이 한국을 대등한 상대로 대우해야 한다는 '의외'의 인식전환이다. 미국의 정권교체를 비롯한 정세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일까. 아니면 한국의 존재감을 직시한 근본적인 인식 변화일까. 알 수 없다.

어쨌든 관계개선을 필요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러한 신호를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정권교체를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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