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은 23일 여야 원내대표에게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회의를 다시 소집할 것을 요구했다. 표면적으로는 박 의장 중재에 여야 원내지도부가 응했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법 개정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고, 국민의힘은 후보가 선정될 때까지 회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입장인 터라 이견 좁히기는 사실상 실패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주재한 뒤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 회의 재소집해서 재논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의 소집에 따른 구체적 문제는 바로 수속을 밟도록 할 것"이라며 "저의 제안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의 이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양당 원내대표도 추천위 재소집에 뜻을 같이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회동 후 기자들에게 "의장님께서 추천위를 다시 한번 소집해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논의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저는 동의했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대구 수성갑) 역시 "국민의힘은 지금 공수처법의 취지대로 야당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추천위를 계속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야가 박 의장 요청을 수용할 뜻을 내놓으면서 일단 후보 추천위는 다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행 공수처법도 국회의장이 요청하거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또는 위원 3분의 1 이상 요청이 있을 때 추천위를 소집하게 돼 있다.

다만 김 원내대표가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야당의 의도적 시간 끌기 때문에 공수처가 출범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소집도 늦추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진행한다"고 답해 추천위 소집과 별개로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 야당 비토권(거부권)을 없애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안 심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가격리 중인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 출범을 애타게 기다리시며 개혁, 공정, 민생, 정의 입법을 재촉하시는 당원 여러분께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면서 "더는 늦추지 않도록 하겠으며, 법사위의 공수처법 개정과 이후 출범에 필요한 절차를 잘 챙기겠다"고 밝혀, 민주당이 추천위 재가동에 동의하지만 논의가 재차 불발될 경우 정기국회 내 법 개정 절차도 밀어붙일 것이 확실시된다. 이 경우 여야 충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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