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집요한 코로나보다 더 독해야 산다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대구 중구 한 의류상점에 폐업정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소비 심리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23일 대구 중구 한 의류상점에 폐업정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얼마 전 국제의학저널 '임상 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이런 연구 논문이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피부에서 최장 9시간 이상 생존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A형 독감바이러스의 1.82시간과 비교해 약 5배나 더 긴 생존력이다.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빨리 사멸하지 않고 더 오래 버틴다는 것은 그만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아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의 상식과 경험치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는 독감 바이러스에 비해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이 높아 대유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팀의 경고는 '코로나가 쉽게 소멸하지 않고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지난주말, 조카 결혼식에 참석했다. 올 3월에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로 대구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미룬 결혼식이었다. '아마도 가을쯤이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위안 삼아 8개월을 기다려 결혼식을 치렀지만 내심 조마조마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어서고 3차 코로나 유행이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는 때라 긴장 속에서 혼사를 치렀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정작 당사자들 타는 속마음이야 어찌 짐작하겠나.

이렇듯 코로나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면서 정부는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2단계로 올렸다. 호남 지역도 1.5단계로 상향했고, 경북도는 1.5단계 강화를 검토 중이다. 일단 내달 7일까지 2주간을 예정하고 있으나 그 이후에 어떤 조치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달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면 100→200→300명으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앞자리가 계속 바뀌고 있다. 현재 1명의 확진자로 인해 감염되는 사람 수인 감염재생산지수도 1.5명 이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 후반 신규 확진자는 400명, 12월 초에는 600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질병관리청은 전망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학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12월 초 일일 확진자가 1천 명 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적 요인에다 환자 발생 양상이 이전과는 달라 2차 유행 때보다 위험도가 더욱 높다는 것이다. 결국 선제적인 방역 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등 협조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

이달 5일부터 4주간 2차 봉쇄 조치에 들어간 영국의 사례는 좋은 참고 자료다. 존슨 정부는 이번 봉쇄로 확산 속도를 늦추고 의료기관 부담을 낮추는 등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봤다고 판단해 봉쇄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 3만3천470명까지 오른 뒤 꾸준히 감소해 21일 1만9천875명으로 떨어졌다. 3차 유행에 들어선 우리에게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영국의 경험이 말해준다.

지금과 같은 여건이라면 아마도 지난봄 대구경북이 겪었던 어려움보다 더 큰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제 힘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 생활의 기본이 되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결코 옵션이 될 수 없다. 감염 예방은 접촉을 줄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활동의 제약 등 대가는 크겠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처럼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에 버티고 있고 지금이 중대 기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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