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옛 조리서 '음식절조' 발견…술 제조법도 기록

고성이씨 간서공 집안 조리법 엮은 책…가양주 다양해 연구 기여 기대
28일 세미나 학술적 가치 조명

안동의 고성이씨 간서 이정룡 선생 집안에 전해오던 조리서
안동의 고성이씨 간서 이정룡 선생 집안에 전해오던 조리서 '음식절조'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음식절조의 내용. (사)경북유교문화원 제공

경북 안동에서 또 한 권의 옛 조리서가 발견됐다. 고성이씨 간서(澗西) 이정룡(李庭龍·1798-1871) 선생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음식절조'(飮食節造)라는 책이다. 안동을 중심으로 한 명문가의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宾客) 문화 및 조선 후기 언어를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한글과 한문으로 쓰여진 이 책은 가로 8.5cm 세로 12cm의 손바닥 정도 크기이다. (사)경북유교문화원 이재업 이사장이 선조들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 25일 공개했다.

모두 75종의 음식이 실려 있는데 음식조리법이 46종, 술 제조법이 29종이다. 음식 종류로는 한과와 떡, 찜, 탕, 김치, 간장, 식초 등이 수록돼 있다. 특히 다른 옛 조리서에서 찾을 수 없던 향온주, 하일주, 보리청주, 자하주 등 독특한 술 제조법이 포함돼 앞으로 가양주 개발·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쓰일 전망이다.

책에는 아버지가 딸들에게 음식조리법을 말로 가르치듯 사투리 표현도 등장한다. 이재업 이사장은 "8대조인 북정 이종주 선조는 풍류생활을 즐겨하셨고, 평소 음식에 조예가 깊었다. 1805년 북정 선조께서 남긴 조리법을 손자인 간서공께서 정리해 1865년쯤 책으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동의 고성이씨 간서 이정룡 선생 집안에 전해오던 조리서
안동의 고성이씨 간서 이정룡 선생 집안에 전해오던 조리서 '음식절조'가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음식절조의 표지. (사)경북유교문화원 제공

이와 관련, 안동문화원은 28일 안동예술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학술세미나를 열어 '음식절조'에 담긴 음식과 학술적 가치를 조명할 계획이다. 한복려 (재)궁중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 기조걍연을 한다. 김귀영 경북대 교수,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안귀남 전 가톨릭상지대 교수,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박사 등이 책의 가치와 조리법 의미에 대해 발표한다.

김귀영 교수는 "음식절조라는 표제는 단순히 음식조리법이라기 보다 가문에 내려오는 음식을 절도 있게 만드는 법을 정성을 다해 적은 책이라는 뜻"이라며 "1800년대 중반 안동지역 반가 음식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시대 전통음식 문화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동안 경북 북부지역에선 안동의 광산김씨 김유(金綏·1491∼1555)가 편찬,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 알려진 '수운잡방'(需雲雜方), 영양의 정부인 안동장씨 장계향(張桂香·1598~1680)이 남긴 '음식디미방', 18세기~19세기 초반에 기록돼 의성김씨 문중에 전해오던 '온주법'(蘊酒法) 등의 옛 조리서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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