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청년 농업인, 농촌 공동체의 희망이다!

이상호 영남대학교 식품경제외식학과 교수

이상호 영남대학교 식품경제외식학과 교수

아이의 울음소리가 사라진 농촌, 심지어 소멸 위기라는 자극적 뉴스가 농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 준다. 2019년 우리나라 농업인의 평균연령은 64.6세이며, 농가 인구수는 224만4천738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불과하다. 70세 이상 경영주 농가의 비중이 45.8%로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 14.9%의 3배를 넘어서고 있다. 한마디로 농촌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희망이 사라져 가고 있다.

농촌진흥청의 '2019년 농업인 복지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승계자가 있는 농가는 8.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농가가 승계농이 없기 때문에 이대로 간다면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불가능하다. 사람이 없는 농촌은 대부분의 농업 자산이 소멸되고 유령도시가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우리 농업에 희망의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경북 울진의 윤영진 씨는 식품명인인 어머니의 전통 쌀엿 제조 기술을 전수받아 명품 도라지 조청을 개발하고, 포장 디자인을 고급화해 제품 차별화라는 성과를 거둬 가업을 잇는 청년 농업인의 우수 사례로 선발됐다. 안동의 부용농산은 마의 1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마 분말, 차 가공품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 성공 사례이다.

청년은 농촌의 미래이고 새로운 희망이다. 귀농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청년의 숫자도 눈에 띄게 두드러지고 있다. 2019년 40대 이하 귀농인은 2천914명으로 전체 귀농인의 25.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농촌에서 청년이 직면하는 문제는 비단 소득 창출만이 아니라 교육, 문화, 의료 등 농촌 인프라 전반의 취약성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특히 여성 청년 농업인은 농업 노동뿐만 아니라 출산과 보육 부담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면 청년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농촌에서 청년 농업인 문제는 지역 문화, 또래집단 그리고 공동체가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한다. 청년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문화공간이나 또래집단이 없다는 것인데,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전남 보성군은 청년센터를 개소하고 청년 밴드 운영, 슬기로운 청년 유튜버 교육 등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독서, 강연, 음악 등을 나누는 청년 농업인의 활동도 자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청년은 농촌공동체를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지역에서 생산공동체를 형성해 지역 주민과 청년이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청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이 지역민의 경험과 어우러지면 다양한 사업이 가능하다. 또한 청년 농업인들이 복지 서비스를 만들고 지역 취약 계층에 제공할 수 있다면 새로운 복지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청년이 지역에서 공급할 수 있는 복지공동체 사업은 재택 돌봄, 공동 식사, 공동육아와 교육, 세탁 서비스 등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아직 청년 농업인의 정착을 자산 측면에서만 바라보고 있지만 이제는 유형의 자산뿐만 아니라 무형의 경영, 기술 노하우 등을 포함한 경영 차원으로 확대해야 한다. 개별 농가 단위의 승계가 아니라 농업공동체의 유지라는 측면을 고려한 지역 단위의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직계 가족 단위의 가업 승계뿐만 아니라 3자 승계 등 폭넓은 청년 농업인의 정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중간 지원 조직을 통해 현장 중심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아이는 마을이 함께 키운다는 얘기가 있다. 청년 농업인의 정착은 농촌공동체가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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