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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추미애, 문재인, 김일성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문재인 대통령, 김일성 주석. 자료 이미지. 매일신문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문재인 대통령, 김일성 주석. 자료 이미지. 매일신문DB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직무 정지 명령을 내리면서 여섯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모두 날조해 뒤집어씌운 것이다. 공산 국가의 반대파 숙청 방식을 어찌도 이렇게 빼다박았는지 섬뜩하다. 김일성의 박헌영 숙청은 그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일성이 박헌영에 뒤집어씌운 죄목은 '미제의 간첩'이었다. 미국의 간첩으로 암약하면서 6·25전쟁 중 미국에 비밀 정보를 흘려 '공화국'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이게 새빨간 거짓말임을 잘 보여준다. 우선 해방 직후 서울에 주재하던 소련 영사 아나톨 샤브신의 부인 증언에 따르면 샤브신은 박헌영의 서울 활동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었다. 박헌영이 미 군정 때부터 간첩 활동을 했다는 김일성 집단의 주장과 배치되는 대목이다.

박헌영은 미국과 싸우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6·25전쟁에 기습 개입한 중공군이 1950년 12월 휴식을 취하면서 '완만한 작전'으로 전환하려 하자 박헌영은 평양 주재 소련 대사 블라디미르 라주바예프에게 계속 남진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중공군과 북한군이 서울을 재점령한 1월 4일 이후 작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중공군 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김일성, 박헌영이 회동했을 때도 박헌영은 화까지 내면서 '쉼 없는 남진'을 주장했다. 박헌영이 진짜 '미제의 간첩'이면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과 전쟁에 소극적이어야 상식에 맞다.

마오쩌둥(毛澤東)도 박헌영이 미국 간첩이 아니라고 했다. 1956년 9월 18일 최용건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을 만났을 때 마오는 이렇게 질책했다. "당신들은 그가 미국의 간첩이라고 하는데, 미국은 아직 그가 미국의 간첩인지도 모르고 있지 않은가? 마구잡이로 살인을 해서는 안 된다." '모주석접견조선대표단담화기요'(毛主席接見朝鮮代表團談話記要)라는 중국의 문헌에 나오는 내용이다.('북한 현대사 산책 2, 전쟁과 사회주의 건설', 안문석)

독재 권력은 '붉은' 체제이든 '푸른' 체제이든 똑같다. 걸림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한다.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 남용을 거쳐 윤 총장을 직무 정지한 추미애의 폭거, 이를 묵인한 대통령만큼 이를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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