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는 발톱이 짧아야 건강하다.

건강한 개의 발톱(왼쪽 사진)과 앞다리를 딛지 못해 들고있는 퐁이(오른쪽 사진). 개의 발톱 속의 기저층(Quick of nail)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에 발톱을 깎는 과정에서 잘려지면 통증과 출혈을 동반한다.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개는 극심한 통증을 오랜기간 호소하게 된다. 왼쪽 사진은 픽사베이 제공. 오른쪽 사진은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건강한 개의 발톱(왼쪽 사진)과 앞다리를 딛지 못해 들고있는 퐁이(오른쪽 사진). 개의 발톱 속의 기저층(Quick of nail)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에 발톱을 깎는 과정에서 잘려지면 통증과 출혈을 동반한다.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개는 극심한 통증을 오랜기간 호소하게 된다. 왼쪽 사진은 픽사베이 제공. 오른쪽 사진은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퐁이(푸들, 4살, 3.9kg)가 앞다리가 불편해서 병원을 찾았다.

보호자는 2주 전 미용실에서 발톱을 깎고 부터 불편해한다고 했다. 최근에는 앞다리를 살짝 스쳤음에도 자지러지며 보호자를 물기까지 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손으로 만져보면 크게 아파하지 않는다며 이상해했다.

퐁이를 진찰해보니 왼쪽 앞발 발가락 부위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힘을 딛지 못하고 있었다. X-ray 검사에서 뼈와 관절의 문제는 관찰되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반대편 앞발과 뒷다리의 보행도 자연스럽지 못했다. 보호자에게 퐁이가 아프기 전에는 산책을 잘 하였는지를 물어보자 보호자분은 그제서야 최근 퐁이를 잘 돌보지 못했고 산책도 못 시켜주다보니 발톱이 많이 길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미용실에 가서 발톱을 깎아야 했고, 미용실에서 발톱을 깎을 때 피도 났다고 했다. 지혈이 되어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단다.

하지만 퐁이는 발톱에 감염이 발생하면서 2주가 지난 현재까지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었다.

개의 발톱 관리를 사람의 손톱 관리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는 보호자가 많다.

개의 발톱 속의 기저층(Quick of nail)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기 때문에 발톱을 깎는 과정에서 잘려지면 통증과 출혈을 동반한다.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개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걷기조차 힘들어한다.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 이상의 외상 관리가 필요하다.

개의 입장에서는 통증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사람에게 공격적인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보호자가 감당안되어 미용실이나 동물병원에 맡기면, 미용사와 간호사들은 부득이하게 강압적인 보정을 동원해 발톱을 깎을 수밖에 없다. 개는 더 더욱 예민해진다.

개의 고통을 줄이고 보다 쉽게 발톱을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발톱의 해부학적 구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람 손톱의 해부학적인 구조(아래 그림)와 고양이 발톱의 해부학적인 구조(위 그림). 개와 고양이 발톱은 마지막 발가락 뼈와 연결돼 있어 발톱을 자르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발가락뼈로도 감염이 쉽게 확산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britannica.com 제공.
사람 손톱의 해부학적인 구조(아래 그림)와 고양이 발톱의 해부학적인 구조(위 그림). 개와 고양이 발톱은 마지막 발가락 뼈와 연결돼 있어 발톱을 자르는 과정에서 감염이 이루어질 경우 발가락뼈로도 감염이 쉽게 확산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britannica.com 제공.

◆ 사람 손톱과 개와 고양이의 발톱은 어떻게 다를까?

사람의 손톱은 손가락 끝 피부 근처에 손톱이 자라는 기저층(Nile Bed)이 존재한다. 손톱을 관찰하면 혈관이 분포되어있는 부위가 선명하기 때문에 손톱 깍다가 다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개와 고양이의 발톱은 마지막 발가락 뼈에서 부터 유래한다. 투명한 발톱을 관찰하면 붉은 부위가 보이는 데 이 부분이 발톱을 자라게하는 기저층(Quick of nail)이다. 흙을 파거나 상대를 공격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발가락 뼈와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발톱을 깎는 와중에 기저층까지 잘려지는 경우가 곧잘 발생한다.

붉은 부위는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이다. 발톱을 깍는 부위와 절단면 (오른쪽 위). 발톱이 길어지면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는 기저층(Quick of nail)도 길게 자란다. 조그만 잘라도 쉽게 출혈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길게 자란 발톱을 안전하게 잘라줄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의사의 치료 상담이 필요하다. tractive.com 제공.
붉은 부위는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는 부위이다. 발톱을 깍는 부위와 절단면 (오른쪽 위). 발톱이 길어지면 혈관과 신경이 분포하는 기저층(Quick of nail)도 길게 자란다. 조그만 잘라도 쉽게 출혈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길게 자란 발톱을 안전하게 잘라줄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의사의 치료 상담이 필요하다. tractive.com 제공.

◆ 왜 개 발톱을 깎으면 피나고 아파할까?

마지막 발가락뼈와 연결되어 발톱을 성장시키는 기저층(Quick of nail)은 혈관과 신경이 분포되어 있다. 발톱을 깎을 때 기저층을 자르게 되면 극심한 통증과 출혈이 발생한다. 통증은 상상 이상으로 아프다. 이 통증을 경험한 개는 발톱을 만지기만 해도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앞발은 발톱이 길어지면 기저층이 비례하여 자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출혈이 잘 발생하는 편이다.

지혈제를 발라 지혈이 멈췄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물이나 오물이 닿으면 쉽게 감염이 진행되면서 기저층을 거쳐 뼈로 감염이 확산될 수 있는 위험한 부위이기도 하다. 출혈이 발생한 발톱 부위는 5일 이상 소독을 철저히 해 줄 필요가 있다.

◆ 발톱은 깍지 말고 갈자

어두운 색깔의 발톱은 혈관이 분포한 기저층이 보이지 않는다. 이 경우는 발톱의 끝 부분을 조금씩 잘라가며 개의 반응을 살펴야한다. 개가 통증을 느낀다면 자르지 말아야 한다.

보호자가 평소에 사용하는 손톱 가는 줄과 같은 도구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강압적으로 발톱을 갈기 보다는 10초 정도 발톱을 갈아주고 칭찬하기를 반복한다.

개가 통증 없이 칭찬이나 보상에 만족해 한다면 발톱 갈기는 더 수월해진다. 어느 정도 발톱을 가는데 익숙해졌다면 애견용 발톱깎기 그라인드를 이용할 수 있다.

개 발톱의 구조(왼쪽 사진). 발톱 마다 색깔이 다르다. 짙은 색의 발톱은 혈관부위가 보이지 않으므로 발톱의 끝 부분을 조금씩 잘라가며 개의 반응을 관찰하여야 한다. 본인의 손톱을 가는 도구를 이용하여 개의 발톱을 갈아줄 수도 있다. 왼쪽 사진은 onlinelibrary.wiley 제공. 오른쪽 사진은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개 발톱의 구조(왼쪽 사진). 발톱 마다 색깔이 다르다. 짙은 색의 발톱은 혈관부위가 보이지 않으므로 발톱의 끝 부분을 조금씩 잘라가며 개의 반응을 관찰하여야 한다. 본인의 손톱을 가는 도구를 이용하여 개의 발톱을 갈아줄 수도 있다. 왼쪽 사진은 onlinelibrary.wiley 제공. 오른쪽 사진은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 개는 발톱이 짧아야 건강하다.

개의 발톱은 끊임없이 성장한다. 발톱이 짧게 유지되려면 산책을 자주 시켜줘야 한다. 부드러운 흙바닥보다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가 발톱 닳기에는 유리하다. 걷기보다는 빨리 달리면 더 유리하다.

반면에 산책이 부족해 발톱이 길어지면 발바닥이 충분히 지면을 딛지 못한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소형견들이 발톱이 길어지고 다리가 O자형으로 휘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발톱이 짧은 개가 더 많이 산책했으며, 더 건강하다는 주장은 합당하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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