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 '박근혜 대통령님에게 미안합니다'라는 제목의 글, 일종의 사과문이 올라와 화제다.
27일 올라온 이 글은 스누라이프의 인기 게시물을 가리키는 '베스트 게시물'이 되더니, 현재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카페 등에 퍼지고 있다. 아울러 야권 정치인들이 자기 SNS에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글쓴이가 현재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느닷없이 소환, 문단 끝마다 "미안합니다"(총 14회)라고 사과한 이유는 무엇일까?
(글 전문은 기사 하단 첨부)


▶글쓴이는 우선 박근혜 정부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으로 법무부(당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로부터 압박을 받아 사퇴한 것을 언급하더니, "요즘 윤석열 검찰총장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찍어내는 것을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또 박근혜 정부 당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찍어내기(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계의 공천 무더기 탈락 및 유승민 의원 탈당 사태 등)와 현 정부 및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한 찍어내기를 비교, "그건 그래도 상식적인 정치였던 것 같다"며 또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민정수석 아들에게 제기된 운전병 특혜 논란과 현 정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제기된 군 휴가 특혜 논란도 비교 대상으로 언급했다. 글쓴이는 우병우 전 수석이 "(아들이)코너링을 잘 해서"라고 변명했던 것을, 추미애 장관이 "소설 쓰고 있네"('소설 쓰시네' 발언 논란)라고 발언했던 것과 비교해 "참 훌륭하고 성숙한 대처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쓴이는 재차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떠오른 부동산 정책도 언급했다. 글쓴이는 "최경환 부총리가 나와서 집 사라 그럴 땐 욕했다"며 "(현 정부에서)국민은 집 사지 말라고 하면서 집값, 전셋값은 계속 올리는 거 보니, 당시(박근혜 정부 때)에 집 사란 건 서민을 위한 선견지명의 정책이었던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문장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합니다"가 붙었다.
글쓴이는 두 정부가 임명했던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 2명의 장관도 거론했다. 한 명은 박근혜 정부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정종섭 전 의원이고, 또 한 명은 문재인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맡았던 조국 전 장관(현 서울대 법대 교수)이다.
글쓴이는 정종섭 전 장관에 대해 "허튼 짓 하는 것 보고 참 사람 보는 눈 없다고 욕했다"고 했지만 "조국이 장관 돼서 하는 짓을 보고 그나마 서울 법대 교수 중에 SNS는 안 하는 참 진중한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했구나 생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장 마지막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해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글쓴이는 이렇게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의 '닮은' 사건과 인물 등을 비교하면서, 어떤 경우는 문재인 정부 때의 사례가 더 못하다고 평가하고, 또 어떤 경우는 둘 다 '도긴개긴'이라고 평가하며, 일종의 '시사 풍자'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사례가 더 낫다는 평가는 없다.
이 글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인사 정책 실정을 꼬집은 '시무 7조'로 화제가 된 진인 조은산을 떠올리게 하면서, 조은산과는 다른 스타일의 시사 풍자로 읽힌다.
글쓴이는 글 마지막에선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 때 했고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내지는 풍자에 자주 쓰이는 유행어가 된 말("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여태껏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을 인용, 일침을 가하며 글을 마무리한 것이다.

※다음은 글 전문
두 집 살림한다고 채동욱 잘랐을 때 욕했었는데 이번에 사찰했다고 윤석열 찍어내는 거 보니 그건 욕할 것도 아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미안합니다.
미르, K스포츠 만들어서 기업 돈 뜯는다고 욕했었는데 옵티머스, 프라임 보니 서민 돈 몇 조 뜯는 것보다 기업 돈 몇 천억 뜯어 쓰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문체부 공무원 좌천시켰다고 욕했었는데 '원전 안 없애면 죽을래'라는 얘기했다는 거 보니 그래도 그건 정상적인 인사권의 범위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최순실 딸 이대 입학하게 압력 넣었다고 욕했었는데, 조국 아들딸 서류 위조하는 거 보니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그나마 성실히 노력해서 대학 간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위안부 합의했다고 욕했었는데 윤미향 하는 거 보니 그때 합의는 그나마 떼먹는 놈 없이 할머니들한테 직접 돈 전달해 줄 수 있는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유승민 원내대표 찍어내는 거 보고 욕했었는데, 금태섭 찍어내고 당내에서 다른 의견 내면 매장시키는 거 보니 그건 그래도 상식적인 정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우병우 아들 운전병 시킨 이유가 코너링을 잘해서라고 해서 변명도 가지가지 하고 있네 욕했었는데 추미애 아들 보니 소설 쓰고 있네 안 하고 변명한 건 참 훌륭하고 성숙한 대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나와서 집사라 그럴 때 욕했었는데, 국민은 집 사지 말라고 하면서 집값, 전셋값은 계속 올리는 거 보니, 당시에 집 사란 건 서민을 위한 선견지명의 정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태블릿 나와서 사과 기자회견할 때 사퇴안하고 뭔 사과를 하고 있냐, 왜 기자 질문은 안 받냐고 욕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나와서 사과라도 하는 건 정말 인품이 훌륭한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메르스 대처 잘못한다고 욕했었는데, 코로나로 난리 나고 독감백신 맞고 사람들 죽어나가는 거 보니 그때 그 정도로 끝낸 건 무난한 대처였던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서울 법대 교수 중에 정종섭을 장관 시켜서 허튼짓하는 것 보고 참 사람 보는 눈 없다고 욕했었는데, 조국이 장관 돼서 하는 짓을 보고 그나마 서울 법대 교수 중에 SNS는 안 하는 참 진중한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했구나 생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윤창중 미국서 인턴 성추행해서 도망 왔을 때 욕했었는데, 안희정, 오거돈, 박원(순) 터지고 피해호소인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용어가 나오는 거 보고 기겁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윤석열 좌천시킨다고 욕했었는데, 추미애 이성윤이 하는 거 보니 정권에 대들었다고 한직에 인사발령하는 건 그냥 상식적인 인사 조치인 것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박근혜 정부가 최악의 정부라고 욕해서 미안합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이 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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