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소장하고 있는 자료 가운데 내방가사, 일기류, 조선의 고지도, 식치서 등 4종류를 대상으로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을 타진하고 등재 작업에 나섰다.
이 가운데 '내방가사'는 조선 중기 이후 주로 영남지방 여성들에 의해 창작·향유되고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여성들의 집단문학이라는 점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안동지역에는 1997년 '내방가사전승보존회'(회장 이선자)가 창립됐다. 전통적인 여성 활동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내방가사를 더욱 체계적으로 전승하고 보존시켜 새로운 여성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해마다 전국 내방가사경창대회를 마련하는 등 노력해오고 있다.
◆내방가사 '조선 규방문학의 정수'
조선시대 양반 집안의 부녀자들 사이에 유행했던 가사(歌辭)다. '규방가사'(閨房歌辭)·'규중가도'(閨中歌道)라고도 부른다. '영남대가 내방가사'(嶺南大家內房歌辭)에서 온 말이다. 조선 여류문학의 정수로 인정받고 있다.
내방가사가 언제쯤부터 성행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조선 가사문학에서 내방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부터 경북지방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그 가운데는 불과 수십년 전의 작품도 발견되고 있어, 장기간에 걸쳐 성행했음을 엿보게 한다.
내방가사 문학은 조선 후기에 이르러 전통적인 가사와 민요의 중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독특한 가사의 한 분파를 이루었다. 그 작품들은 한글 궁체(宮體)로 흔히 두루마리에 씌어 전해진다.
◆기록 주체로서 여성들만의 문자체 형성
내방가사는 피억압자의 위치에 있던 여성이 기록의 새로운 주체가 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여성은 양반사대부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삼고, 이를 통해 그들 고유의 문자 활동을 펼쳐나갔다.
한글이라는 민족어가 본격적인 문자 활동의 매체가 됐다는 사실, 억압의 대상이었던 여성이 비로소 기록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세계사적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내방가사는 전통 여성들의 독특한 글자체를 만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조선시대 여성은 한글을 통해 문자 향유의 주체가 될 수 있었고, 독특한 문체와 글자체를 만들었다.
이상일 안동시 문화유산과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여성들이 그들만의 글자체를 만들어내고, 미적으로 다듬었으며, 글자에 대한 스스로의 애착을 기록으로 남겨놓은 경우는 없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내방가사의 세계적 중요성과 독자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이라 했다.
◆2023년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 작성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신청서를 작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내방가사의 기록유산 등재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7년 등재사업을 시작한 이후 해마다 등재 가능성을 판단하는 워크숍과 심층 워크숍을 진행하고, 익명의 기록물에 대한 진정성 확보와 더 많은 내방가사를 수집하기 위한 한글박물관 등 관련 기관과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국학진흥원은 내방가사를 '중기적'으로 접근해 등재할 기록물로 분류하고, 우선적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MOWCAP)에 등재하고, 이를 기반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OW) 등재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해 내방가사 공동연구 사업뿐만 아니라, 내방가사 소장기관인 한글박물관과 공동연구 진행, 내방가사 아카이브 구축, 사전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 등을 실시했다.
공동기획 : 안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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