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변하지 않는 것. 사람, 사랑, 고객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핵폭탄이 떨어졌다. 이름은 '코로나19'이다. 올해 지구는 유례없는 바이러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 폭탄은 사람들의 얼굴까지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마스크가 우리의 얼굴이 되었다. 또한 경제, 마케팅, 정치, 소비 등등 코로나의 영향이 끼치지 않은 곳이 없다. 광고인인 나는 아무래도 마케팅에 관심이 쏠렸다. 코로나가 광고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앞으로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 역시도 마케팅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첫째, 여전히 사람이다. 우리가 연구하고 집착해야 할 대상은 여전히 사람이다. 우리는 개껌조차 개에게 팔지 않는다. 사람에게 판다. 개의 지갑을 뒤질 필요가 없다. 그곳엔 높은 확률로 돈이 없을 것이다. 개의 소유주인 사람의 지갑을 열어야 한다. 로봇의 지갑을 열 필요가 없다. 인공지능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장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온라인을 강조해야 하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어떻게 사람의 온기를 느끼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같이 있지 않지만 함께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줘야 한다. 여전히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집착해야 한다.

둘째, 여전히 사랑이다. 광고는 시대를 따라간다. 그 시대는 그때의 사람들이 완성해 간다. 나는 종종 1970, 80년대 광고를 찾아보곤 한다. 그때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여져 있기 때문이다. 그때의 광고는 사람들을 속이기 쉬웠다.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높지 않았던 덕분이다. 그런 이유로 형용사가 난무했다. '아름다운 대저택' '고급스러운 자가용' '짚신벌레도 이해할 수 있는 명강의' 등이 그랬다. 지금은 더 이상 이런 광고에 사람들이 속지 않는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속이는 광고에는 사랑이 없다. 배려가 없다. 한번만 고객의 지갑을 열면 끝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마케팅은 절대 롱런할 수 없다. 진심으로 소비자를 위하지 않으면 그들은 빠르게 알아차린다. 코로나 시대에도 여전히 광고에 사랑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셋째, 여전히 고객이다. 코로나 시대는 무대를 바꿔 버렸다. 야외에서 집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우리의 무대가 옮겨졌다. 하지만 무대가 바뀐 것이지 고객이 바뀐 것이 아니다. 고객은 늘 우리 주변에 있다. 코로나 시대에도 사람들은 밥을 먹어야 한다. 옷을 입어야 한다. 샴푸를 사야 하고 팬티를 사야 한다. 면도를 해야 하고 신발을 신어야 한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사실 그 무엇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이 점을 잘 파악한 브랜드는 코로나 이후 오히려 더 큰돈을 벌었다. 온라인 샐러드 업체는 '샐러드도 구독하는 시대'라며 돈을 벌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때는 온라인에서만 10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블랙프라이데이 역사상 최고의 매출이었다. 대신 오프라인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고객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고객은 살아 있다.

어느 때보다 본질에 집중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뱀처럼 지혜롭게 본질에 집착하자.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묵묵히 사람의 마음을 쫓아다니자.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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