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창] 트럼프 이후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대충 끝났다. 주별로 다르지만 최장 선거일 55일 이전부터 시작된 조기투표, 선거 날 이후 도착하는 우편투표, 필라델피아 등지의 개표 부정 의혹 등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였다. 아직도 개표가 진행 중인 하원 선거구도 여럿이다. 이곳 빙햄턴이 소재한 뉴욕 제22하원 선거구도 개표는 끝났지만 민주당 브린디지 후보 15만5천435표, 공화당 테니 후보 15만5천422표로 불과 13표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수백 장의 의혹 투표용지에 대한 주 대법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4년간 러시아와 공모 등 사사건건 혐의를 씌워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이 탄핵에는 실패했지만 트럼프 낙선에 성공했다. 트럼프 측이 초접전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했지만 오는 14일에 있을 선거인단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선거자금이 공화당의 두 배에 달했고 거대 신문사와 TV 방송국, 인터넷 매체의 거의 전폭적 지지를 업었다. 트럼프는 막말, 튀는 행동, 코로나 역병 발발에 따른 인기 추락, 민주당의 압도적인 금력과 언론 권력 동원, 그리고 8% 내지 12%로 뒤진다던 여론조사에도 불구하고 박빙의 승부를 보여줬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0석을 이미 확보했고 내년 1월 조지아주의 상원 결선투표 2석 중에서 1석을 차지하면 과반이 된다. 하원 선거에서는 초접전(tossup)으로 예상됐던 24개 선거구에서 공화당이 싹쓸이를 하여 민주당 대 공화당 의석이 233대 201에서 현재 222대 208이 되어 민주당이 과반 218석을 간신히 상회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미국 정치 지형에 변화가 왔다. 공화당이 가진 자를 대변하고 민주당은 소외된 소수를 위한 정당이라는 공식이 바뀌고 있다. 복지 수혜층, 소수인종, 여성뿐 아니라 금융투자계와 실리콘밸리의 신흥 갑부들과 고소득자들(블룸버거, 소로스, 스타이어 등), 고학력자, 부유 지역의 주민들이 민주당 지지 세력으로 부상했다.

반면, 트럼프는 저소득 근로자들을 공화당의 새로운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원래 민주당의 골수 지지자였다. 세계화와 더불어 미국 제조업이 사양화되고 생산 기지가 아시아와 멕시코로 옮겨가자 많은 근로자들이 실업과 임금 하락을 겪었다. 이들 피해 계층의 다수가 저학력 백인들이다. 이번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선거 결과를 보면 히스패닉계 저소득 근로자들의 공화당 이동도 보인다. 앞으로 화석연료 종식이 본격화되면 자동차 및 에너지 산업의 대량 실업과 피해 근로자의 민주당 이탈이 전망된다. 따라서 복지 수혜 빈곤층과 부유층이 민주당을 지지하고, 공화당은 빈곤 근로계층(working poor)을 포함한 중간 소득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경향은 앞으로 가속화되리라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방향은 조지아의 상원 결선투표 2석에 좌우된다. 2석을 모두 갖게 되어 민주당이 상원 다수가 된다면 당 내 좌파 세력의 득세로 급격한 증세와 화석연료 종식 등 좌파 정책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1석이라도 잃는 경우 신규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다수당인 공화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당 중도파가 힘을 발휘하게 된다. 민주당의 하원의원들도 이번 선거에 나타난 유권자의 보수 성향을 의식하여 좌파 정책을 지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정책 방향은 NATO와 한국·일본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UN, WTO 등 세계기구와 협조하는 미국의 전통적 세계 전략으로 회귀하리라 전망된다. 중국과의 관계는 바이든의 아들 헌터가 중국에서 받은 뇌물 혐의로 인해서도 유화정책으로 선회하기 어렵다. 국제무역에 있어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수출품인 철강 및 전기 제품에 부과한 고율의 관세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된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도 무난히 이루어질 것 같다. 한국 부담을 대폭 늘리지 않으면 주한미군을 철수한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낳은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그것은 한국 좌파들의 '미군 강점하의 남조선'이라는 선전이 허구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증액을 대폭 수용하고 대신 핵 재처리 허용, 핵무기 개발, 미사일의 사정거리-중량 제한 철폐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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