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금지어 ‘라떼’에 대한 단상  

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김기환 대홍코스텍(주) 대표

얼마 전까지 방송이나 인터넷 등을 보면 사회나 인생의 선배가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것을 희화화하며 '나 때'를 '라떼'라고 표현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필자는 이 표현이 처음에는 재미있다가 '라떼'라는 말을 통해 기성세대 및 선배의 경험을 꼰대로 묘사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책이나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보다 과거의 경험들이 실전에서 더 많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조직의 한 분야에서 오래 일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연봉을 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의 미디어와 사회는 마치 젊은이들의 생각은 옳고 나이 든 이의 생각은 시대에 뒤처진 것처럼 표현한다. 과거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면 왜 구식으로 취급받고 꼰대로 취급받는 것일까? 그 이유가 자신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폄하하고 남의 충고를 받아들이기 싫은 반발심 때문일까? 아니면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과거의 경험이 더 이상 효용가치가 없어서일까? 또는 도전하고 경험을 쌓기보다 생각만 하며 조그만 실패도 사회의 탓으로 돌리는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만의 생각과 경험을 강압적으로 강요하는 기성세대들 때문일까?

아마 양쪽의 입장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어떤 부분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기 때문에 어느 한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결론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명한 사람은 과거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울 줄 알고 이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좋아하는 말 중에 하나가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의미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사자성어이다.

기업의 전통과 철학 그리고 성장해오면서 쌓아온 기존의 문화를 존중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발맞추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 생존하는 것이 기업경영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거 기업 성공 요인을 형식에서 찾지 않고 본질의 이해에서 찾는 것이다.

'카고 컬트'(Cargo-Cult)라는 용어가 있다. 이것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활주로에 미군 비행기가 엄청난 군수품을 싣고 오는 것을 본 남태평양 원주민들이 유사한 모양의 활주로 및 비행기 모형을 만들어 놓고 군수품이 오기를 기다린 것에서 유래한 용어로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형식만을 강조하는 현상을 말할 때 쓰는 용어이다.

잘나가던 기업들이 시대의 흐름에 뒤처지는 것을 보면 과거 성공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단순한 행동 수칙을 만들면서 형식의 틀에 갇혀 '카고 컬트' 현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정말 좋은 기업은 과거의 형식에 갇히지 않으면서 성공의 본질을 이해하고 승계하면서 과거의 형식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 줄 아는 기업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기업의 젊은 세대들이 '라떼'라는 말로 과거의 경험들을 비웃을 것이 아니라 선배와 창업가들의 성공 경험담에 귀 기울이고 그 본질을 이해하고 배워서 기업에 새로운 것을 만드는 슬기로움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업의 기성세대들도 자신의 경험과 생각만을 강요하면서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을 틀렸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고 그들의 아이디어와 생각들을 수용하면서 그들 옆에서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 기업의 경험과 전통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과거를 부정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새로움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업이 축적한 경험과 젊은 아이디어가 서로 시너지를 내어 대한민국 기업이 지금의 격변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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