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 군포 산본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숨진 사상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슬픔을 자아내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37분 이 아파트 12층에서 새시 교체 작업을 하던 중 불을 피하려다 지상으로 떨어져 사망한 A(32) 씨는 불과 결혼을 두달 앞둔 새신랑이었다. 2일 A씨는 당초 올해 결혼을 계획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때문에 내년 2월로 미루고 결혼 준비를 하던 중 변을 당했다.
A씨 유족은 "이 일을 한 지 얼마 안 됐는데 평소 밤 늦게까지 일하고 새벽에 출근해 사고가 나겠지 싶었다"며 "더욱이 외국인과 같이 일에 투입됐는데 의사소통이 얼마나 됐겠느냐"고 밝혔다.
태국 국적의 38세 남성도 이날 A씨와 함께 일을 하다 추락해 현장에서 숨졌다. 숨진 태국인의 시신은 인근 병원에 안치됐지만, 국내에 연고가 없어 빈소는 마련되지 않았다.
불이 난 집과 같은 라인에 거주하던 주민 B(35·여)씨는 남편과 여섯 살 아들을 남겨두고 화마로 세상을 떠났다. B씨는 옥상 계단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집에 있던 중 불이 나자 아파트 상층부로 이동하던 중 연기에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인근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로, 사고 당일 몸이 좋지 않아 휴가를 내고 집에 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와 함께 옥상 계단참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 C(51·여)씨도 불이 난 집과 같은 라인에 거주하고 있었다. C씨의 아들(23) 또한 연기를 많이 마시고 화상까지 입어 현재 중태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한편, 화마 속에서도 다수의 주민을 구한 의인도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다리차 기사 한상훈(29) 씨는 이날 창틀 운반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사고를 목격한 뒤 주민 3명을 구조했다.
그는 불이 난 12층의 옆집에서 20대 여성의 흐느끼는 모습을 본 뒤 연기를 무릅쓰고 자신의 사다리차를 뻗어 구조에 나섰다. 곧이어 15층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청소년 남매를 구하기 위해 14층 높이 까지로 제한된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차를 아파트 옆으로 바싹 붙여 이들까지 구조했다. 한 씨가 구조한 청소년 남매 중 한 명은 오는 3일 수능을 앞둔 고3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고를 직접 목격하고 주민들을 구할 수 있는 건 나 뿐이라고 생각해 본능적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며 "다음에 같은 일을 겪더라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화재로 A씨 등 4명이 숨지고 C씨 아들을 비롯해 7명이 다쳤다. 화재 당시 노후한 새시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졌으며 현장에서는 전기난로와 폴리우레탄, 시너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소방 등 관계기관과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자세한 화재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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