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신임 이용구 법무부 차관 내정자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하지 말라"고 추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일 밝혔다.
오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서 이 내정자가 징계위를 주도할 경우 자칫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불거질 논란을 원천 차단하며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무게점을 두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문 대통령이 법무차관 인사를 하면서 징계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지 않도록 단서를 미리 달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추 장관이 문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 발탁을 건의했는데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서도 '차관에는 추 장관의 측근을 임명해도 (윤석열 징계위) 징계위원장으로는 그를 임명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는 것.
2일로 예정됐던 '윤석열 징계위'의 위원장은 당초 고기영 전 법무부 차관이었다. 하지만 고 전 차관은 징계위 개최에 반발해 지난달 30일 추 장관에게 그만두겠다는 뜻을 피력했고, 1일 서울행정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 효력 중지 결정을 내리자 곧바로 사의를 표했다. 위원장 공석과 함께 징계위도 4일로 연기됐다.
원래 징계위원장직은 법무부장관이 맡고 법무부 장관이 부득이한 상황일 경우, 통상적으로 징계위원 중 한 명인 법무부 차관이 관례적으로 맡았다.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징계 청구권자로서 징계위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인 탓에 일각에서는 차관 내정자인 이 내정자가 그 직을 대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팽배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의 '발탁'을 받은 이 내정자가 징계위를 이끈다면 문 대통령과 추 장관의 의중이 논의에 강하게 반영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 내정자를 위원장 아예 직무대행직에서 배제한 것도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문 대통령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이 전 실장을 신임 차관을 내정하자 "문 대통령이 징계위를 통해 윤 총장을 끌어내리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거 아닌가. 추미애-윤석열 충돌 과정에서 뒤에 물러나 있던 문 대통령이 결국 전면에 나설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검사징계법 23조에는 '검사의 해임·면직·감봉의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윤 총장 거취 문제도 이제는 문 대통령이 결정권을 쥐게 된 셈이다.
즉 청와대는 징계위는 철저히 추 장관의 영역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징계위가 징계 수준을 결정하면 대통령이 그 집행을 거부하거나 징계 수위를 가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결국 법무부 장관의 제청안을 대통령은 그대로 재가할 수밖에 없기에 윤 총장 징계 등을 두고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주장은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따라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재가한다고 해도 논란의 소지는 남는다. 검사징계법상 징계위의 결정을 재가하는 행위는 일종의 '귀속 결정'인 탓에 대통령의 의지가 담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윤 총장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해임이나 면직이 결정되면 윤 총장이 징계 무효를 구하는 소송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윤 총장의 징계를 비롯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 갈등 등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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