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문화다. 문화는 가족이나 사회 나아가 한 국가를 이루는 공동체의 구성원 속에서 삶들이 모여 품고 또 나누며 배우고 습득하는 생활양식이다. 그래서 공동체의 생활양식은 입고 먹고 함께 살아야 맛과 멋이 통한다. 맛과 멋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아는 것, 느끼는 것, 통하는 것, 바로 손맛이 통하는 문화다. 손맛하면 내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김치다. 음식은 요리사의 손맛으로 완성된다. 특히, 한국의 김치는 된장과 쌍벽을 이루며 손맛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사계절 김치가 떨어지지 않는 집 식탁에는 귀한 줄 모르는 반찬이 김치다. 그런데 식탁에서 며칠만 없으면 찾는 것도 김치다. 김치는 이래저래 식탁 위의 조연 역할 그 이상의 조연이다. 김치문화의 백미인 김장철에는 김장 맛을 가늠하는 손맛에 따라 확실한 맛으로 보답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일교차가 큰 가을 풍부한 햇살 품은 배추, 겉은 푸르나 속은 하얀 절인 배추에 갖은 양념 착착 발라 차곡차곡 쌓으면 가까이 혹은 멀리서 모인 가족은 김치로 맛있고 멋있다. 금방 버무린 김치에 삶은 고기를 싸서 나눠먹는 손맛은 모두모두 즐겁다.
김장은 가족과 지역마다 자연의 특성을 담아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하는 문화다. 입동과 소설 사이에 배추를 절이고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 양념을 버무리며 김장하는 날, 시간 따라 김치 맛처럼,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 김치의 숙성되는 맛처럼, 성숙해 지는 시간은 점점 도시문화에 밀려나고 있다.
어제는 친구 집에서 김장김치로 저녁식사를 하고, 맛과 멋으로 겨울을 날 수 있을 만큼의 김치를 안고 집으로 왔다. 김치 냉장고를 채운 김장김치의 존재감은 마음까지 차올랐다. 손맛으로 마음까지 채우는 김치가 2001년 국제연합 산하기구 국제표준이 되었고, 2013년에는 유네스코가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김장은 한국인들에게는 나눔을 실천하고 연대감과 정체성, 소속감을 증대시킨다는 의미에서 김치에 담긴 공동체의 가치를 인정했다.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긴 세월 크고 작은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품고 또 품어서 삶을 통해 낳는 것이다. 정신문화를 구성하는 언어처럼 맛과 멋을 채우는 음식 역시 삶 속에서 만들어 진다. 음식은 공동체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가 투영된 색과 향으로 미각이나 후각 그리고 촉각과 시각을 통해 체험하는 생명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보고 듣고 말하고 먹는 삶의 순환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욕구의 충족은 사람에 따라 그만의 고유한 본성으로 성장한다. 김치의 손맛에 담긴 가치는 미각의 문화코드라는 생각을 해 본다. 이를테면 집의 식탁이나 학교 혹은 회사의 구내식당에서 같은 음식을 먹고 말하는 미각코드가 있듯이, 오늘날의 음식문화 속에서 개인의 식습관이나 기호가 가질 수 있는 나 혹은 가족 나아가 공동체의 미각코드, 바로 김치의 손맛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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