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19 속 수능…썰렁한 시험장에 긴장감 고조

단체 응원, 자원봉사 자취 감춰…몇몇 선생만 나와 간단한 응원
철저한 방역에 수험생 긴장감 호소…자신의 시계 준 교장 등
이날 발생한 코로나 밀접접촉자 3명…선뜻 방호복 감독에 자원한 선생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능 시험장도 한껏 긴장감이 고조된 모습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구 동구 청구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실 전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능 시험장도 한껏 긴장감이 고조된 모습이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대구 동구 청구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입실 전 발열 검사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코로나19 확산은 수능 시험장 풍경마저 바꿔놨다. 시험장 앞 후배들의 응원 플래카드나 봉사하러 나온 학부모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철저한 방역 풍경이 긴장감을 더했다.

3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24지구 제 9시험장인 대륜고는 한산했다. 수험생 상당수가 부모 차에서 홀로 내려 시험장으로 향했고 가끔 자녀 손을 꼭 잡은 채 교문 앞까지 따라오는 학부모가 있었지만 이마저도 배웅이 끝나자 곧바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수능날 대표적인 풍경인 후배들의 응원전도 자취를 감췄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험장 앞 응원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교문 앞에서 커피나 손난로를 나눠주던 자원봉사자 모습도 없었다. 자발적으로 나온 일부 학교 교사들만이 교문 앞에 서서 학생들을 기다리다 주먹인사를 나눌 뿐이었다.

이날 시험장 앞에 나온 김영주 능인고 교사는 "학교에서 이번 수능에는 학생과 교사들을 따로 현장에 보내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능인고 학생들이 100명정도 오는데 그냥 시험장에 들여보내기는 아쉬워 뜻이 맞는 동료들과 왔다. 무사히 공부한 만큼 시험을 치르고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건물 벽에 붙은 고사장 배치도를 확인한 후 건물로 들어서자마자 발열체크 기계 앞에 섰다. 2m 간격을 유지하며 두 줄로 입장하면서 복도 가운데 비치된 손소독제로 소독을 하면, 방호복을 입은 4명의 감독관이 다시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확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수능을 치게 됐다는 임형규(20) 씨는 "시험장 입구부터 아는 선생님이나 후배들은 없고 주변에 다 수험생 뿐이어서 더 긴장된다. 수능 현장도 평소와는 다를 것 같아 '멘탈'(정신) 관리를 잘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당일 새벽에는 급작스럽게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수험생 3명의 명단이 교육부로부터 내려오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별도 시험실 3곳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별도 시험실에서 전신 방호복을 착용한 채 밀접 접촉 수험생을 감독할 교사를 추가로 모집했다.

다행히 12명의 교사들이 감독을 자원했고, 무탈하게 감독관을 추가 배정할 수 있었다.

시험실 분위기도 철저한 방역까지 더해져 긴장감을 자아냈다. 24명 수험생이 들어가는 시험실 안에는 자리마다 투명 가림막이 설치됐다. 시험 도중 기침, 발열 등 호흡기 증상자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별도 시험실 4곳도 마련됐다.

시험실에서 마스크를 꼭 낀 채 마지막 공부에 집중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시험실 밖으로 나와 마스크를 내리고 심호흡하는 학생도 보였다.

한 감독관은 "수능이 끝이 아니라 오늘 확진자가 나오면 이후 수시를 치르는 데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방역에 가장 초점을 뒀다"며 "수험생들도 떨릴 텐데 같이 고생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철저한 방역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수험생도 있었다.

이날 대구여고 시험장에서 수능을 치른 손지연(18‧수성고 3)양은 "후배들, 선생님들의 시끌벅적한 응원 대신에 입구에서부터 방호복을 입은 감독관들을 보면서 평생 겪어보지 못할 수능인 것 같아 신기했다"며 "가림막이 꽤 높게 설치돼 있어 언어영역 지문을 보는데 불편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훈훈한 광경도 연출됐다. 대구여고 시험장에서 미처 시계를 챙겨오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한 학생의 모습에 이종운 대구여고 교장은 본인이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풀어주며 응원을 전했다.

이 교장은 "좋은 시계가 아니라 괜히 시험 도중에 멈추면 어쩌나, 고장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괜한 걱정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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