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건강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이다

임재양 임재양외과 원장

임재양 임재양외과 원장
임재양 임재양외과 원장

겨울이 다가오면 사람은 옷을 더 입고 불을 때면서 추위를 준비하지만, 나무는 가진 것을 줄이기 시작한다. 사람은 주위 자원을 이용하지만 나무는 스스로 해결한다. 이런 차이는 추위를 견디는 방법만이 아니라 생존 방식도 그렇다.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살아간다. 뿌리에서 흡수한 물과 공기 중의 산소를 햇빛의 작용으로 광합성을 해서 에너지를 만든다. 동물은 스스로 살지 못하고 밖에서 영양분을 취해야 한다. 풀만 먹는 초식동물이 있고, 풀을 먹고 자란 동물만 먹는 육식동물이 있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식물이 지구의 중심이다. 식물이 없으면 지구의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이끼부터 시작한 식물은 지구의 시작인 45억 년 전부터 살아왔지만, 동물은 5억 년 전에 나타났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법은 식물에 배워야 하는 이유다.

나의 이런 결론은 작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마당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 생각하다가 회화나무를 떠올렸다. 과거 유적지 답사를 다니면 선비들 집에는 공부방 앞에 회화나무가 보였다. 아이들 회초리 만드는 나무라도 얘기도 있었고, 하여튼 선비 집에 있어야 할 나무라는 기억은 남아 있었다. 8년 전 평생 환자들을 보고 싶어서 한옥으로 병원을 지으면서 자연히 떠올린 나무였다. 줄기가 곧고 색깔도 품위가 있어서 마음에 들었지만 사실 도시 작은 마당에 심을 나무는 아니었다. 키가 거의 10m는 넘게 자라는 큰 나무였다.

그런데 식물은 어떻게 스스로 살아가는지 관찰하다가 의문이 들었다. 나무가 광합성을 하기 위해 땅에서 물을 흡수하면, 뿌리에서 10m 높이의 잎까지 어떻게 물을 끌어 올릴까 궁금했다. 뿌리에서 밀어 올릴까? 잎에서 끌어 올릴까? 만약 인간에게 이런 문제가 주어진다면 해결은 아주 간단하다. 모터로 물을 끌어 올리면 된다. 전기 에너지를 쓰고 항상 웅웅거리는 소리가 날 것이다. 그런데 식물은? 그냥 자연의 원리-표면장력을 이용해서 잎에서 조용히 물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수십 미터 높이로.

날씨가 추워지면 나무들도 바쁘다. 남는 당은 뿌리나 열매로 저장을 하고 잎은 물을 최소로 끌어 올린다. 겨울 동안 물이 얼어버리면 세포가 파괴되고 식물은 죽기 때문이다. 수분을 점차 잃은 잎은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기온이 좋을 때는 자연 현상을 이용해서 잎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겨울이 되면 불필요한 부분을 몸에서 떨구고 추위를 견뎌 낸다. 식물이 추위를 견디는 방법은 바로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움츠리는 것이다.

연약한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 남은 것은 놀라운 적응 능력 때문이다. 의사로서 중요한 문제점만 해결하고 지켜보면 몸은 저절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최종적인 수단으로 남겨 두자는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은 항상 좋은 것을 찾아다닌다. 중년이 지나면 비타민을 포함한 건강 보충제를 챙겨 먹는다. 암이나 난치병이 걸리면 숨겨진 좋은 것이 없는지 궁금해 한다. 열이 나고 몸살을 앓고 드러누우면 무언가라도 먹어야 힘을 차린다고 귀한 것을 차려 준다. 설사를 하고 배탈을 앓으면 죽이라도 먹인다.

하지만 나는 좋은 것을 찾지 말고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이라고 얘기한다. 열이 나고 감기 들면 푹 쉬자.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면 굶자. 나는 몇 년에 한 번은 지독한 몸살을 한다. 그때는 며칠이고 잠만 잔다. 물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그렇게 쉬고 나면 몸은 날아갈 듯이 개운하다.

건강은 더하기가 아니고 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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