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올해도 '마(魔)의 수능 4교시'

지난해 11월 수능시험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인터넷 캡처
지난해 11월 수능시험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 인터넷 캡처
채정민 사회부 차장
채정민 사회부 차장

해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이쯤 되면 운영 방식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봐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4교시 응시 방법에 대한 얘기다. 응시 방법을 위반, 부정행위로 간주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오죽하면 '마(魔)의 수능 4교시' '끝나지 않는 수능 4교시의 저주'라 할까.

2021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진 3일. 강원도 한 수능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던 A학생은 사회탐구 영역 문제를 풀려다 당황했다. 한국지리 문제지 아래 다른 과목 문제지가 붙어 있었던 것. 감독관에게 즉시 이 사실을 알렸지만 부정행위로 간주돼 시험을 치른 뒤 인정 조서를 써야 했다.

지난해 11월 14일 2020학년도 수능시험이 시행된 경상남도의 한 시험장. 4교시 과학탐구 영역 시험 종료 직전 B학생은 답안지에 잘못 옮겨 적은 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를 고치려다 실수로 같은 답안지에 표기를 이미 마친 한국사 답안에 손을 댔다. 실수한 걸 알고 감독관에게 바로 그 사실을 알렸는데 결국 부정행위자로 분류됐다.

수능시험 4교시엔 한국사와 탐구 영역 시험이 진행된다. 그런데 운영 방법이 간단하지 않다. 일단 30분 동안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푸는 게 먼저다. 이어 감독관이 10분 동안 한국사 문제지를 회수하고 탐구 과목 문제지를 나눠준다. 수험생은 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 1, 2개를 차례로 풀게 된다.

선택 과목 응시 순서를 어겨선 안 된다. 한 과목을 푸는 동안 책상 위에 다른 과목 문제지를 올려둬서도 안 된다. 둘 모두 부정행위로 간주된다. 탐구 영역 문제지는 여러 과목이 1부로 묶여 나오는데 수험생은 여기서 자신이 응시한 시험지만 골라야 한다. 다른 과목이 딸려 나오는 걸 몰랐다면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 4교시 응시 영역은 한 장의 답안지에 답을 모두 적기 때문에 각 과목 시험시간에 이미 끝난 과목 답안을 수정하는 것도 부정행위로 처리된다.

4교시 응시 방법을 위반, 부정행위로 처리되는 일은 매해 반복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배준영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도 이 사실이 확인된다. 2016~2020학년도 수능시험 부정행위 적발 건수 1천173건 중 44.5%에 달하는 522건이 4교시 응시 방법 위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부정행위로 적발된 5건 중 4교시 응시 방법을 위반한 경우가 3건이었다. 1, 2선택 과목 시험지를 모두 책상 위에 두고 시험을 치른 경우가 2건이었고, 두 선택 과목 응시 순서를 바꿔 시험을 치른 게 1건이었다. 지난해에도 4교시 응시 방법 위반이 2건 발생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해부터 4교시 답안지에서 한국사, 1선택 과목, 2선택 과목 답안 작성 부분의 색깔을 다르게 했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부정행위자가 되는 사태를 방지하려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이 시도만으론 부족했다. 여전히 4교시 응시 방법 위반 사례가 나오고 있다.

고의든, 실수든 수험생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아쉽다. 수능시험 직후에만 잠시 화젯거리로 삼고 잊어버릴 게 아니다. 끊임없이 생기는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11월엔 '수험생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수능 4교시 운영 방식을 개선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모든 문제는 수능 4교시 운영 방식이 복잡한 탓'이고, '현행 방식을 고수하는 건 행정편의주의의 일종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이 올해도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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