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환수 프로의 골프 오디세이] <40 >코로나 격세지감

코로나로 아팠지만 시민 역량 돋보인 대구

마스크를 착용한 채 티샷하는 골퍼의 모습. 골프장에서 마스크 착용은 이제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티샷하는 골퍼의 모습. 골프장에서 마스크 착용은 이제 일상처럼 여겨지고 있다.

올해의 마지막 달력을 마주하며 지나온 시간을 되뇌어 봤다. 그 중 3월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악몽'의 시간이었다.

2월 중순 대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뒤 바이러스가 마치 '급행열차'에 올라탄 듯 순식간에 확산하면서 일상은 멈췄고, 그런 대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음을 넘어 따갑기까지 했다.

소환한 기억 중 하나. 당시 필자는 예약한 경남 창원의 모 골프장으로 차를 몰고가다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핸들을 돌려 다시 대구로 와야했던 '사건'을 오롯이 기억한다.

그것은 '대구 사람은 골프장 방문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통보였고 필자는 헛헛한 심사를 가눌 길 없어 편의점에 들러 소주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향했다.

서울에서 공직 생활을 하던 선배는 "만약 대구에 간다면 몇 주 동안 격리될 각오를 해야할 것"이라는 직장 동료의 칼침을 받고서 매주 주말이면 향하던 대구로의 발길을 어쩔 수 없이 끊어야 했다.

그 선배는 "코로나가 겁이 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방문에 따른 대구 후배들과 가족들이 안아야 할 심적 부담감이 떠올라 참았다"는 말을 들려줬고 그 땐 나도 모르게 울컥했음을 고백한다.

이후 코로나 창궐에 많은 사람이 골프장을 피신처인양 줄을 서 찾았고 어느새 초창기 서러웠던 대구를 향한 '고약한 인심'은 잊고 말았다.

최근들어 서울과 경기지역을 비롯해 부산, 경남에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면 '격세지감'이나 필자는 아직 대구의 누구도 그들을 향해 그들이 했던 냉혹한 처신을 하는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미 신천지발(發) 고약한 인심을 뼈아프게 겪은 탓에 이에 대한 치욕감과 분노, 모멸감을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며칠 전 부산컨트리클럽에서 캐디의 확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골프장은 잠정폐쇄됐고 예약을 했던 이 지역 골퍼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밴드에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나열했다.

코로나 초창기 대구 인근지역 골프장들은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대구 방문 자체를 꺼리며 싸늘한 눈빛을 보냈던 서울과 부산 등 다른지역 골퍼들이 떠오른다.

당시 아무런 변명이나 대꾸를 할 수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해 울컥하는 심정을 억누르며 그들의 눈빛을 잊으려 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다시 3차 유행이 대구지역을 제외하고 쓰나미처럼 일어 그들을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아가고 있다.

아팠던 만큼 성숙하게 자리잡은 대구시민의 역량이 돋보이는 요즘이다.

골프에서도 볼을 제대로 타격하지 못하고 헤메는 골퍼에게 핀잔이나 손가락질은 금물임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하물며 전염병으로 위축되고 불안했던 이 지역을 벌레보듯 했던 올해 초의 기억이 생생하지만 우리는 그런 눈빛이 아닌 진심으로 걱정과 염려를 담은 표정을 그들에게 되돌려 보낸다. 구력이 쌓인 고수가 초보골퍼들 대하듯 다정하고 친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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