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큰불로 번질 뻔한 아찔한 대구 앞산 불, 화재 원인은 '미상'?

최초 신고는 중부소방서, 소방대원들 발화 지점 찾기까지 난항 겪어
소방대원·구청 직원들 새벽까지 잔불 정리와 사투, 화재 원인은 '미상'

8일 저녁 대구 앞산 정상 부근에서 불이 발생해 소방대원과 공무원 등 200여 명이 진화에 나섰다. 소방대원의 초기 진화 모습.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8일 저녁 대구 앞산 정상 부근에서 불이 발생해 소방대원과 공무원 등 200여 명이 진화에 나섰다. 소방대원의 초기 진화 모습.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자칫 큰불로 번질 뻔한 대구 앞산 화재가 신고 14시간 만에 모두 진화됐다. 초기 진화 이후 밤 사이 잔불이 일어났고, 이튿날 소방헬기까지 투입한 끝에 완전히 꺼졌다. 대형 산불로 번지지 않았던 것은 소방대원과 구청 직원들의 노력이 덕분이었다. 앞산 정상 인근에서 화재가 발생한 탓에 등반에 많은 시간이 걸렸음에도 200여 명이 넘는 인원이 동원돼 밤을 꼬박 새웠다.

◆최초 신고는 "앞산 정상 쪽에서 연기 난다"

8일 오후 6시 25분쯤 중부소방서에 '앞산 정상 왕굴 부근에서 연기가 난다'는 한 등산객의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무엇보다 발화 지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판단했다. 산불의 경우 불길이 솟아오르지 않는 이상 발견하기가 어려워 자칫하면 큰 불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날 앞산을 찾은 등산객도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권순욱 중부소방서 소방장은 "출동한 구조대 2팀이 각각 세명씩 두 조로 나눠 안일사에서 앞산 전망대, 왕굴 방향으로 나눠서 산을 올랐다. 불을 끄기 위해 무게 20㎏ 등짐펌프를 지고 30~40분 가량 오르막길을 계속 올랐다"고 전했다.

앞산 왕굴 지점에 도착한 선착대가 대덕산 매자골 방향에서 미세한 연기가 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발화 지점은 달서구 송현동 산 5-1번지. 매자골 등산로 최상단이었다. 출동 대원들은 "마치 땅 속에서 숯불이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며 "다행히 큰불은 아니라 금방 끌 수 있겠다고 봤다"고 했다. 하지만 바람이 변수였다. 어제 오후 8시쯤 불었던 시속 10㎞의 바람으로 당시 160㎡(50평) 정도의 화재 규모는 330㎡(100평)으로 번지는 중이었다.

이어 현장에 합류한 달서소방서 현장지휘단은 "초기 진화에 실패할 경우 큰 불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주변 나무와 풀을 잘라 방화 저지선을 구축하고 등짐펌프로 소화에 나섰다"며 "관계기관, 구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이 잘 이뤄져서 다행히 인명피해 등 큰 피해로 번지지는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공무원들 새벽까지 잔불 작업, 화재 원인은 조사 중

신고 후 2시간여 만에 큰 불을 잡았지만 이들은 밤새 잔불 정리와 사투를 벌였다. 산불 진화를 위해 달서구청‧남구청 직원 200여 명이 산에 올랐고, 다음 날인 9일 오전 8시 32분쯤 완진되기까지 꼬박 산에서 현장을 지켰다. 다행히 바람은 잠잠해졌지만 건조한 날씨와 중첩된 낙엽들로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직원들은 완진을 위해 등짐펌프를 계속 눌러대야 했다.

이종영 달서구청 공원녹지과 녹지2팀장은 "낙엽들이 많은 탓에 불이 잘 꺼지지 않았다. 연기도 계속 나고 땅속으로 불씨가 자꾸 들어가 등짐펌프를 계속 누르면서 진화에 애를 먹었다"며 "새벽에는 공무원 20여 명이 비상 상황을 대비해 밤새 현장을 지켰다"고 했다.

산불감지용 폐쇄회로(CC)TV의 역할도 컸다. 야간 산불의 경우 화재 인근에 사람이 없는 이상 발화 지점 확인이 어렵지만, 이번 화재는 달서구청의 산불감시용 5개 CCTV 중 학산 정상에 있던 CCTV가 화재 지점을 잡아내면서 발화 장소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줬다.

화재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달서구청과 달서소방서는 추후 화재조사단을 꾸려 발화 지점,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달서구청 관계자는 "현재 앞산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현장에 파견돼 뒷불을 감시하는 중이다. 다만 화재 원인은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방화 흔적이나 목격자가 없는 이상 산불의 경우 원인을 찾아내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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