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공장서 35년 근무, 암이랍니다"

퇴직 8명 '작업성' 주장 산재 신청…노조 "발암물질 공정 전수 조사를"
노조 측 "보상신청 받아지면 다른 피해자들도 세상으로 나올 듯"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14일 포스코 본사(포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근무로 인해 직업성 암에 걸렸다며 8명이 단체로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박승혁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14일 포스코 본사(포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근무로 인해 직업성 암에 걸렸다며 8명이 단체로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박승혁 기자

포스코 코크스 공장에서 35년간 근무한 뒤 2017년 퇴직한 A(60) 씨는 2016년 폐암 진단을 받았다. 석탄 및 코크스 취급 공정, 고로정비 작업 등에 투입된 그는 결정형유리규산과 석면 등 발암물질에 노출돼 폐암에 걸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처럼 '직업성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장 퇴직자(2016~2020년) 등 8명이 단체로 산업재해 보상을 신청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이하 노조)는 14일 포스코 본사(포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공개했다.

노조는 "포항제철소 근로자 1만7천200명 중 매년 500여명이 퇴직하는 현실에서 8명의 숫자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포항제철소에서 얻은 병을 입밖에 내지 못하는 동료들이 하나둘 세상에 나온다면 그것으로 의미가 있다. 퇴직자 역학조사를 계속해 포항제철소의 건강위험 요소를 알리고 대책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직업성 암에 걸려 산재 신청한 이들의 병명과 재해 경위를 조사한 결과, ▷폐암 4명 ▷폐섬유증 1명 ▷루게릭병 2명 ▷세포림프종 1명 등 모두 8명(사망자 1명 포함)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크스 공장과 냉연부, 스테인리스 공장 등에 근무한 경험(30~40년)이 많은 만 58~69세 퇴직자다.

노조는 "제철소 코크스(석탄덩어리) 공장에서는 코크스오븐 배출물질과 결정형유리규산 등 다양한 발암물질이 존재해 직업성 암 발생 위험이 매우 높다. 직업성 질환을 전수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산업재해 신청에 나서야 한다"며 "제선, 제강, 압연, 스테인리스스틸 공정도 여러 발암물질에 노출돼 있고 폐암, 백혈병, 혈액암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노조는 "대부분 직업성 암은 발암물질에 노출된 지 10~40년 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퇴직 후에 보다 철저한 대책과 관리가 필요하다"며 "현장에서도 갑상선 암과 방광암으로 고통받는 직원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조사와 공개도 이뤄져야 하다"고 했다.

한편 지난 10년간 포스코에서 직업성 암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한 건수는 4건으로, 백혈병을 제외한 3건(악성중피종·혈액암)이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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