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노희수(29·가명) 씨는 지난해 대구신세계에서 남편과 함께 연간 2천만원을 소비해 VIP 골드 등급을 받았다. 그간 롤렉스 시계와 루이비통·구찌 가방, 아동 의류, 책, 식료품, 가전 등 다양한 제품을 구입했다.
구매 실적이 늘면 VIP 자격과 함께 7% 할인, 전용 쿠폰 제공 등 혜택을 얻는다. 전용 라운지에서 휴식할 수 있고 발렛파킹 서비스도 받는다. 자연히 쇼핑 시간 대부분을 백화점에서 보내고 종종 문화센터, 전시관, 극장을 이용한다.
노 씨는 "고가 제품을 인터넷에서 사기에는 정품 여부가 의심돼 불안하다. 발렛파킹 직원이 차 문을 열어 주면 '내가 열심히 살았구나, 더 열심히 살아야지' 생각한다. 주차장에서 곧장 1층 전용 입구로 입장하는 것도 편리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30대 미만 청년층의 구매력이 날로 강해지자 백화점 업계가 '락인'(Lock-in,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계속 이용토록 하는 것) 효과를 노리며 '영 앤 리치(Young & Rich·젊은 부자)' VIP 마케팅을 키우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내년 2월부터 30대 이하 고객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인 '클럽 YP'를 운영한다고 15일 밝혔다. 직전 연도에 현대백화점 카드로 2천만원 이상 구입한 1983년 이후 출생 고객 가운데 심사를 거쳐 결정한다.
구매 실적 기준 뿐만 아니라 ▷구독자 10만명 이상 유튜버 ▷팔로워가 3만명 이상인 인플루언서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도 내부 심사를 거쳐 회원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클럽 YP 회원은 기존 VIP 멤버십 기본 혜택에 더해 평일 발렛파킹(주차대행) 서비스, 5만 원 상당 식당가 바우처 등을 받을 수 있다. 발렛파킹 서비스는 연 4천만 원 이상 구매고객 등급인 '클럽 자스민' 회원에게 주던 혜택이다.
이는 구매력이 날로 커지는 2030 고객을 단골 고객으로 묶어두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백화점카드로 결제한 2030 세대 고객은 총 4만5천867명으로, 전체 고객의 28.8%에 달했다. 이들의 총 구매액은 1천89억원으로 전체 매출 4분의 1(26.1%)로 집계됐다.
다른 백화점 업체들도 비슷한 전략을 펼친다. 연령대를 특정하진 않지만 청년층도 손쉽게 VIP가 될 수 있도록 구매액 기준 등 문턱을 낮췄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월부터 VIP(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 VIP+(연간 800만원 이상 구매) 등급을 신설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따르면 올해 VIP 중 2030세대가 16%에 이른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7년 2030세대에 맞춘 레드(6단계, 연간 400만원 이상 구매) VIP 등급을 신설했다. 분기 구매액이 100만원(3개월 6회 이상 구매) 또는 200만원(3개월 1회 이상 구매) 이상이면 3개월짜리 단기 레드 등급 혜택을 준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기존 VIP 멤버십 프로그램으로는 늘어나는 2030 VIP 고객 수요를 충족시키기 힘들었다. '영 앤 리치'(젊은 부자)를 대표하는 멤버십을 운영해 특화한 혜택을 줘 해당 고객들 만족도를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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