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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의 같이&따로] 그 날이 오기를…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크리스마스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 거리에서 크리스마스캐럴이 사라지면서 연말이 주는 특유한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래도 연말이면 사람들은 약속을 정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지인들을 만나서 밥을 먹으면서, 술잔을 기울이면서 지나가는 해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해를 계획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소한 일상도 이제는 금지된 연말이 되었다. 백신 개발과 접종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루빨리 코로나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점점 간절해진다.

한 해가 다 지나가는 시점에서 2020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뽑는다면 단연코 '코로나19'와 '검찰 개혁'이 아닐까 싶다. 2020년 일 년간 지속된 사회적, 정치적 이슈이다. 작년부터 현 정부의 초점은 검찰 개혁으로 모아졌고 개혁을 둘러싼 개혁 주체와 대상 간의 크고 작은 힘겨루기와 미묘한 갈등이 끊임없이 표출되어 왔다. 임명된 지 한 달여 만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퇴임하고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장관은 작년 이 시기부터 윤석열 검찰총장과 날 겨루기를 본격화하였다.

장관의 명령과 인사권 발동, 검찰의 항명과 수사, 다시 이어지는 장관의 지휘와 검찰의 반발. 일 년간 지속되어 온 패턴이다. 일부에서는 검찰 개혁이 아닌 '추윤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다. 검찰 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난 정치권의 기 싸움처럼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일 것이다. 15일에는 헌정 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징계위원회까지 열렸다.

검찰 개혁의 갈등과 대립을 두고 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났으며 개혁은 실패했다는 야권과 개혁은 저항이 따르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장애물이라는 여권의 말들의 잔치와 주장은 코로나로 힘든 국민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2020년 1월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감염 사태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와 우리의 삶에 이렇게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칠지 조금도 예상치 못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30만 명을 넘어 2차 세계대전 참전 사망자 수를 능가했다고 한다. 잠잠했던 국내의 사정도 심상치 않다. 소리 없이 생활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n차 감염으로 인해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어 지난 주말 연 이틀 1천여 명이 넘는 확진자 수를 보였다.

대구에서도 지난 주말에 50여 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오면서 선제 차단과 방역이라는 우리의 방역 시스템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던 K방역이 뚫리면서 3단계로 격상해서 사실상의 셧다운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코로나 사태는 조금만 버티면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5, 6월경이면 집단면역력이 형성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력 형성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 이상 바이러스 확산이 되지 않도록 현상을 잘 유지한다면 코로나 종식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으니 그래도 끝이 보인다.

좋은 말도 여러 번 하면 듣기 싫은 법이고, 좋은 것도 반복되면 질리는 법이다. 검찰 개혁이 장기전으로 진행되면서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고 점점 지쳐가고 있다.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민생은 어려워지고 있지만, 성과 없이 대립과 갈등이 지속되는 개혁 작업의 지속은 민심의 이반을 가져오고 있다. 화합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정치 소식은 없다. 선별진료소에 자원봉사 인력이 다시 모이고, 어렵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자영업자들의 소식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가장 불안한 것은 끝을 알 수 없을 때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없을 때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불안한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도, 검찰 개혁도 어둠 속의 터널을 빨리 빠져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2020년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 사회를 관통했던 두 가지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란다.

2020년을 보내며 소망한다. 안심하고 야외에서 활동할 수 있고 지인들과 편히 밥 먹는 그런 날이 오기를. 정치권이 합의를 통해 민생과 경제를 위한 정책을 제시하는 그런 날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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