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한 윤성여(53)씨의 재심 결론이 17일 내려진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수원법원종합청사 501호 법정에서 이 사건 재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윤 씨가 당시 경찰의 폭행·가혹행위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정황이 법정 증언 등을 통해 드러난 데다 유죄 증거로 쓰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가 조작됐다는 재수사 결과가 제시된 만큼 무죄 선고 가능성이 예상된다.
더욱이 경찰 재수사 과정에서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57)가 재심에 직접 증인으로 출석, 문제의 8차 사건을 포함해 1980∼1990년대 화성 12건과 청주 2건 등 총 14건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진술하면서 '진범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 또한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수사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과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윤 씨를 도와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고, 준비기일을 합쳐 12차례의 공판 전 과정을 챙긴 박준영 변호사는 이런 점을 고려해 윤씨에게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번 재심의 중요성을 고려해 재판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면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방청할 수 있도록 본 법정 외에 중계 법정을 운용하기로 했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13세 여성을 성폭행 후 살해한 사건이다. 이듬해 범인으로 검거된 윤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하면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했다.
20년을 복역하고 지난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윤 씨는 "재판이 끝나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면서 자신을 범인으로 몬 당시 수사기관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그들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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