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 거리의 모퉁이를 돌다가 갑자기 호랑이를 만나면 대부분은 혼비백산해 도망갈 겨를도 없이 놀라 자빠질 것이다. 거리에 만들어 놓은 호랑이 모형을 진짜 호랑이라고 착각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살다보면 착시와 착각에 빠지는 경험을 종종하게 된다. 착시는 시각적인 착각 현상이다. 그림을 볼 때, 분명이 그림이라고 생각하고 보면서도 너무 진짜처럼 보여서 착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 속에서 더 많이 한다. 인식 가능한 착시보다 인식을 하지 못하는 착시가 더 많기 때문이다.
첫사랑에 빠졌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멀리서 비슷한 사람만 봐도 착각을 하게 된다. 음식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맛있다고 생각했던 음식과 똑 같아 보여서 막상 시식을 해보면 기억된 맛과 다른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그뿐만이 아니라 길 가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친구의 목소리에 반가운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면 낯선 사람인 경우가 있다. 누구나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는 일이다.
이러한 착시와 착각은 뇌가 기억하는 것과 겹치는 순간 이루어지는 순간적인 반응이다. 과학은 착시와 착각을 시각 피질과 기억의 관계로 설명한다. 이는 사물에 반사된 빛이 눈에서 전기신호로 전환되고 다시 시신경의 통로를 거쳐서 뇌의 뒤쪽으로 보내지는, 일명 '시각 피질'이라 불리는 곳에서 이미지를 식별하게 된다고 한다. 이때 눈으로 보는 것은 뇌 전체에 저장된 과거의 기억과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그림자인 셈이다.
요점은 눈으로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이 되면 뇌는 물체의 위치를 그림자를 통해 판단한다는 것이다. 빛과 물체 그리고 그림자의 관계를 뇌가 원근법을 이용해 사물의 속도와 방향을 판단하고 운동이 일어나는 동작이나 색을 보는 순간 판단이 가능하다는 점, 이때 인간의 뇌가 판단하는 것의 30%가 시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감각하는 순간 보는 것을 믿을지, 아니면 다른 감각을 믿을지를 선택해야 할 때 절대적으로 눈을 믿는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은 어쩌면 착시와 착각으로 살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정보가 넘치지만 자기만족을 위한 것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인다. 몸에 좋다는 음식보다 우선 맛있는 음식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선입견에 따라 저마다의 착각에 빠져 살아간다.
판단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정확하고 객관적일 수 있을까. 현대사회는 치열한 경쟁이다. 이 치열한 삶이 목표지향적일수록 보고 싶은 것만 보거나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된다. 착시와 착각이 병이 될 수도 있다.
우리의 감각 작용은 쉼 없이 함께 먹고, 듣고, 보고, 악수도 하고 상호작용하면서 이뤄진다. 오감을 통해 들숨과 날숨처럼 호흡하며 살기에 인풋(input)하지 않으면 아웃풋(output)도 없는 것이다. 생명 순환의 원리다.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가 힘들고 너무 급히 먹으면 체하기 쉽다. 많은 것을 가지면 더 많은 것을 가지기도 쉽다. 가지면 더 가지고 싶은 심리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은 중독이다. 착시와 착각은 오감만족의 경이로운 불균형을 낳는다. 낯선 도시 거리의 모퉁이에서 갑자기 모형호랑이를 만나 혼비백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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