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전격 선언한 가운데 안 대표에 대해 한사코 부정적이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판을 읽어내는 능력과 예측능력에 대한 의문 부호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결국 자기말만 하고 상황을 정확히 읽어내기 위해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 소통부재 문제가 부각되면서 '비대위 쇄신' 등 일정 부분의 경로 수정이 있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경북 지역구 초선 국회의원 7명과 오찬을 함께 했다. 앞선 14일에는 대구 지역구 초·재선 의원 8명 중 5명과 저녁을 같이 먹었다. 김 위원장이 10일에도 당내 서울 초·재선 의원들과 점심 자리를 가졌던 터라 이른바 소통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당내 의원들 생각은 달랐다.
대구의 한 의원은 "밥상머리에 아무런 주제가 없었다"면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앞둔 만큼 당의 핵심지지 기반인 대구 여론은 어떤지 물어보거나 자신이 사과를 하면 대구 민심을 잘 부탁한다는 말이 있을 줄 기대했는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대구 수성갑)에게는 사과문 원고도 미리 보여줬다던데 그냥 밥만 먹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경북의 한 참석 의원 역시 "권역별로 의원들과 만나며 '식사 정치'를 한다면 해당 지역 민심도 청취하고 그 지역에 대한 당부도 전하는 등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코로나19 백신,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 김 위원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만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정책 현안에 대한 김 위원장의 소통 부재에 대한 불만도 끓어 오르고 있다. 앞서 김 위원장이 중대재해법에 초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을 두고 당내에선 중도 표를 의식해 법안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찬성 입장부터 내놨다는 불만이 나온다.
최근 국민의힘 정책조정위원회 회의에서 같은 당 임이자 의원(상주문경)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조차 위헌 소지 등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과 보좌진은 당 소속 전문위원과 정책국에 중대재해법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공정경제 3법'도 이와 유사한 사례다. 김 위원장은 공개 찬성했지만 당내에서 비판 의견은 거셌다. 심지어 정책위 부의장인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은 다중대표 소송제도의 문턱이 너무 낮은 점 등을 지적하며 드러내놓고 반대 입장을 밝힌데다 별도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을 정도였다.
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렇듯 김 위원장이 당내 사전 논의 없이 한 결정을 의원총회에서 설명하지도 않은 채 언론을 통해 알게 되는 일이 잦다"고 전했다.
경북의 한 초선 의원도 "12월 입법 전쟁에서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상처를 입었다고 하지만 지금 당내 상황이 김 위원장 리더십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원맨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김 위원장의 말과 원내 활동이 잘 연결이 안 되는 만큼 비대위 면면을 재정비 할 필요성이 있다"며 "비대위와 원내 분위기는 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바뀌지 않는다면 그의 생각을 들어보고 의원들에게 이를 알리고 의원들의 입장을 지도부에도 전해줄 중진이 포진돼 있어야 비대위와 원내 소통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0월에도 '불통' 논란이 일었다. 당시 주 원내대표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의 리더십에 관해 소통 부족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도 없지는 않다. 그런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며 우회적으로 당내 갈등을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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